경기 양주 ‘장욱진미술관’ 최근 완공… 부부건축가 최성희-페레이라 설계내부 들어서면 예측불가 공간 즐비… 장화백 동심적 상상력 떠오르게 해
위에서 내려다본 장욱진미술관. 뒷산에서 물을 찾아 개울가로 내려온 동물을 닮았다. 설계자들은 “‘호작도’를 포함해 장욱진 화백의 여러 작품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했다. 박완순 작가 제공
장욱진미술관 설계에 영감을 준 ‘호작도’(1984년). 장욱진미술문화재단 제공
“(한국 전통 건축처럼) 이건 내 건물, 하고 선을 긋지 않고 풍경과 조화를 이루면서도 디자인은 모던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장욱진은 현대 화가잖아요. 그의 그림은 마르크 샤갈의 그림과 닮았어요.”(로랑 페레이라 고려대 건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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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욱진미술관은 지하 1층, 지상 2층(총면적 1851.58m²) 규모로 양주시가 국비와 시비 76억 원을 들여 지은 시립 미술관이다. 양주시는 유족들이 고인의 작품 232점을 기증하면 내년 4월 개관할 예정이다.
최근 완공된 미술관을 부부 건축가와 함께 둘러봤다. 철근콘크리트에 흰색 폴리카보네이트 패널로 외벽을 마감한 미술관의 외관은 보는 방향에 따라 모양이 다 달라 크기를 가늠하기 어려웠다. 전경을 보려면 인근 청련사에 올라 멀리 내려다봐야 한다.
직각을 찾기 어려울 정도의 부정형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예측 불가능한 공간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펼쳐진다. 안쪽 벽면의 크기와 높이도 모두 다르다. 다양한 크기의 그림을 전시하기에 좋을 듯하다. 중정으로 낸 창 말고도 벽면 곳곳에 창을 크게 내어 주변의 풍광을 안으로 끌어들인 것도 여느 미술관과 다른 점이다.
1, 2층을 터놓은 공간에서 2층 계단으로 오르며 아래를 내려다보면 아까와는 다른 눈높이에서 벽면이 눈에 들어온다. 2층에 오르면 뾰족지붕 아래 아늑한 다락방 같은 공간들이 숨어있다 모습을 드러낸다. 장욱진 화백의 동심적 상상력을 떠오르게 하는 공간 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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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페레이라 건축’으로 함께 활동하는 최성희 소장(왼쪽)과 로랑 페레이라 고려대 건축학과 교수. 부부 건축가의 장점에 대해 최 소장은 “서로 솔직하게 비판하기 때문에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페레이라 건축 제공
대학에선 ‘페 선생’으로 불리는 페레이라 교수는 국내 대학 교직 경력도 8년이 넘는다. 그는 “예전엔 학생들이 ‘copy, obey, memorize(베끼고, 복종하고, 외우기)’만 했는데 요즘은 많이 자유로워졌다”고 했다. 또 “한국엔 좋은 건축가가 많음에도 건축물이 못생긴(ugly) 것은 미스터리”라며 좋은 제도가 없기 때문이 아니냐는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어쨌든 전 공공 미술관을 설계했어요. 그것으로 제 서울 생활은 이미 해피엔딩입니다.”
양주=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