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女소리꾼 삼총사 이자람-이승희-김소진창작판소리 ‘사천가’ 공연
12일 서울 신문로의 카페에서 만난 창작판소리 사천가의 3인 3색 주인공인 김소진 이자람 이승희(왼쪽부터). 공연 중에는 예기치 못한 일도 일어난다. 이승희는 “극중 ‘순덕이 어딨어’ 하는 대목이 있는데 한 할머니 관객이 ‘내 이름이 순덕이야. 순덕이 여뵼어’ 하고 손을 흔드는 바람에 웃음을 참느라 혼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판소리는 이야기를 관객에게 건네는 거라서 알고 말하는 사람을 찾으려고 했어요.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사는지 봐야 했죠. 소진이는 뭐든 척척 해냈고, 승희는 이전에 보지 못한 차분함과 진중함을 갖췄어요. 얘들을 만나기 위해서 여기까지 왔구나 싶었죠.”(이자람)
오디션을 통과한 이승희와 김소진은 3개월간 사천가 대본을 펴놓고 소리를 전수받았다. 더불어 사천가 원작인 독일 사회주의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사천의 선인’을 함께 읽었다. 프리드리히 엥겔스의 ‘가족, 사적 소유 및 국가의 기원’과 한국현대사도 공부했다. 이들은 당시를 떠올리며 박장대소했다.
“연습 없는 날은 늘 스터디.”(이승희)
“국가라는 것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권력이 어떻게 형성됐는가를 알아야 사천가를 제대로 부를 수 있으니까요. 얘들 얼굴에 ‘이런 걸 왜 해야 돼요?’라고 써있었지만(웃음), 믿고 따라오라고 했죠.”(이자람)
2007년 단 3일 공연으로 시작된 사천가는 8월 4일까지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에서 한 달여간 공연된다. 5만 원. 1588-5212
보기 드문 판소리 장기공연이 가능한 것은 이들이 3인 3색으로 번갈아 무대에 서기 때문이다. 이 공연은 이들의 자신감이자 부담이고, 새로운 출발점이다. 이들이 소속된 아티스트 동인 ‘판소리 만들기 자’는 지난해 말까지 남인우(40·극단 북새통 예술감독), 이자람 공동 예술감독 체제였다. 올해 초 남인우가 북새통으로 돌아가면서 이자람이 단독 예술감독이 됐다.
“그동안 예술감독이라 해도 ‘나는 아티스트야’라는 생각이었죠. 든든한 연출(남인우)이 떠나면서 자의 예술감독 마인드를 처음 가졌어요. 그 와중에 승희와 소진이가 각각 ‘판소리를 그만두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생각을 갖도록 내버려뒀다는 게 미안했어요.”(이자람)
이들이 어우러지는 사천가의 줄거리는 이렇다. 대한민국 사천시에 사는 착하디착한 뚱보 아가씨 순덕은 신(神)들이 건넨 돈으로 분식집을 차린다. 하지만 온갖 사람들이 몰려와 분식집을 거덜 내는 통에 순덕은 착하게만 살 수가 없다. 소리꾼은 1인 15역을 하면서 150분 동안 홀로 무대를 책임진다. 순덕을 등쳐먹는 소믈리에 견식, 돈으로 순덕을 꾀려는 변 사장, 순덕의 가짜 사촌오빠 남재수 등으로 변신을 거듭한다.
“나는 목수와 변 사장이 어려우면서도 재밌어요. 변 사장은 변태 캐릭터인데 퇴폐적인 걸 잘하나 봐요. 히힛.”(김소진)
“나는 견식이가 ‘한강의 비터스윗’ 부르는 장면에서 힘을 많이 받아요.”(이승희)
사천가 중 변 사장은 ‘변∼ 변∼’ 하면서 굿거리장단으로 끈적끈적하게 등장한다. 견식은 노래한다. ‘아가씨 눈속에는 달콤한 비바 화이트 와인이 들어 있네. 이런 나를, 당신의 보졸레 누보 같은 마음이 수렁에서 건지네. 자, 저기 우리를 부르는 유로파 주막 간판이 번쩍인다. 방값 있지?’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