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퍼 박희영. 동아닷컴DB
■ 퀸들의 제국 결론은 멘탈
박희영·박인비 등 4명 16개 대회서 9승
승부처서 흔들림 없는 멘탈 세계가 인정
역경 이겨낸 정신력·긍정의 마인드 한몫
박희영(26·하나금융그룹)이 미국 LPGA 투어 매뉴라이프 파이낸셜 클래식(총상금 130만 달러)에서 개인 통산 두 번째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렸다.
2011년 11월 CME그룹 타이틀 홀더스 이후 1년 8개월 만에 우승을 추가한 박희영은 LPGA 통산 2승째를 신고했다.
박희영의 우승으로 한국선수들은 올 시즌 열린 16개 대회에서 9승을 합작했다. 박인비(25·KB금융그룹) 6승, 신지애(25·미래에셋)·이일희(25·볼빅)·박희영이 1승씩을 추가했다.
한국여자골프의 활약은 세계 여자골프를 놀라게 하고 있다. 박인비(세계랭킹 1위)를 필두로 최나연(26·4위), 유소연(23·5위), 신지애(8위), 김인경(25·9위)까지 5명이 세계랭킹 10위 이내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진정한 세계 최강이다. 그렇다면 한국여자골프가 세계 최강의 자리에 군림하게 된 원동력은 어디에 있을까.
● 헝그리 정신이 강한 멘탈로 이어져
미국 언론은 박인비(25·KB금융그룹)를 ‘조용한 암살자’(Silent Assassin)라고 표현했다. 승부처에서도 표정의 변화없이 자신의 플레이를 펼치는 흔들림 없는 멘탈에 찬사를 보냈다.
신지애는 부모의 전 재산 1500만원을 털어 골프를 시작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골프를 시작한 그는 중학교 시절엔 어머니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는 아픔도 겪었다. 골프를 포기해야 할 상황이었지만 그의 부친은 어머니의 보상금을 딸의 훈련비로 썼다. 5월 바하마 클래식에서 LPGA 투어 첫 우승을 차지한 이일희 역시 힘든 시기를 보냈다. 그는 집안 형편도 좋지 않았고 LPGA 투어 진출 초기엔 제대로 돈을 벌지 못했다. 경제적인 어려움이 그를 힘들게 했지만 결국 우승을 일궈내며 성공의 길을 걸었다. 이일희는 “경비를 줄이기 위해 온갖 방법을 다 썼다. 값이 싼 비행기를 골라 타고 다녔고, 호텔에서 자는 게 부담스러워 무료로 방을 빌려주는 ‘하우징’을 이용하기도 했다”며 힘들었던 과거를 털어놨다.
어려서부터 숱한 시련과 힘든 과정을 겪은 선수들은 자연스레 강한 정신력을 갖게 됐다. 또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성공을 향해 땀을 흘리는 과정 속에서 긍정 마인드를 배웠다.
● 골프대디 헌신·롤 모델과 목표의식도 큰 힘
1998년 박세리가 US여자오픈에서 연장접전 끝에 우승을 확정지은 순간 가장 먼저 그린으로 뛰쳐나가 우승을 축하한 이는 다름 아닌 그의 아버지다.
골프대디는 단순히 딸을 뒷바라지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았다. 그들 대부분은 전문가 못지않은 지식을 갖고 있다. 골프대디 중에는 티칭프로 자격을 딴 이도 있고, 독학으로 골프를 배운 이도 있다. 누구 못지않은 땀을 흘렸다. 헌신과 희생으로 대변되는 골프대디는 한국여자골프를 함께 개척한 동반자나 다름없다.
뚜렷한 롤 모델과 목표 의식도 한국여자골프를 세계 최강으로 이끈 힘이 됐다.
박세리의 우승 이후 ‘세리키즈’가 탄생했다. 당시는 대부분 초등학교 4∼5학년이었다. 이들은 제2의 박세리를 꿈꿨다. 그리고 미국 LPGA 투어 진출이라는 같은 목표를 향해 달렸다. 박희영 역시 초등학교 4학년이던 1998년 골프를 시작했다.
2000년대 초반 LPGA 투어에 진출한 한국 선수는 5∼6명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40여명에 이른다. 그중 절반이 세리키즈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트위터 @na18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