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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 스로틀 ‘먹통’… 속도 급감 원인 드러나

입력 | 2013-07-11 03:00:00

[아시아나기 착륙 사고]기체결함 가능성도 부상




아시아나기 착륙 사고, 기체결함 가능성 급부상

아시아나항공 사고기 조종사들이 “자동속도조절장치(오토 스로틀)를 켜 뒀지만 작동하지 않았다”고 진술하면서 이 장치의 고장이 사고 원인을 제공했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미 당국이 사고 이후 조종석을 조사했을 때는 해당 장치가 켜져 있었다. 전문가들은 “조종사들의 말이 사실이라면 기체에 결함이 있었을 소지가 크다”고 진단했다.

○ 속도 저하 이유 밝혀질까

사고기는 충돌 16초 전 118노트(시속 219km)로 비행하며 이미 착륙 권장속도(137노트·시속 254km) 이하로 떨어졌다. 충돌 직전에는 시속 58km나 모자랐다. 비행기 속도가 떨어지면 비행기를 뜨도록 하는 양력(揚力·떠오르는 힘)이 낮아져 비행기는 중력의 힘으로 추락하게 된다. 이 같은 속도 저하가 자동속도조절장치 이상으로 야기됐을 개연성이 높아졌다.

자동속도조절장치는 조종사가 원하는 속도를 입력하면 이 속도를 유지하도록 엔진 출력을 조절하는 장치다. 흔히 항행 중에는 이 장치를 계속 켜둔다.

이 장치가 조종사들의 진술처럼 실제 작동하지 않았는지 여부는 사고기의 블랙박스를 분석해봐야 한다. 하지만 국토교통부와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가 사고기 내부를 조사했을 때는 조종석 왼쪽 기장석 상단에 있는 장치 스위치가 ‘작동 중’이라는 뜻의 ‘암드(armed)’에 맞춰져 있었다. B777의 속도조절장치는 켜졌다는 의미의 ‘암드’와 꺼졌다는 뜻의 ‘디스암드(disarmed)’ 스위치로 구성돼 있다.

이 장치를 정상적으로 켰는데도 항공기가 지정 속도 이하로 떨어졌다면 기체 결함이 있었다는 얘기다. 방장규 한국교통대 비행교육원장은 “자동속도조절장치를 정상적으로 켰는데도 작동하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정밀조사가 필요하지만 항공기 결함 문제일 소지가 크다”고 말했다. 윤용현 초당대 교수(항공운항계열)도 “장치를 제대로 작동시켰는데 엔진 출력이 떨어졌다면 기체에 결함이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력 20년차인 한 기장도 “엔진 출력을 자동으로 조절해주는 오토 스로틀 기능이 켜져 있었다면 여객기가 착륙 권장속도인 137노트(시속 254km) 이하로 떨어지는 일이 거의 없다”며 “조종사들이 오토 스로틀을 켜 놓은 것으로 착각했거나, 아니면 작동에 결함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조종사들이 착륙을 앞두고 급격한 속도 변화가 예상되는데도 오토 스로틀을 이용하려 한 점은 다소 의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우종 전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항행위원은 “속도 변화가 심한 착륙 과정에서 오토 스로틀을 이용해야 했는지 의문”이라며 “오토 스로틀에 문제가 있었다면 조종사가 더 빨리 알아차렸어야 했다”고 말했다.

○ “착륙 각도도 낮았다”

아시아나기 착륙 사고, 기체결함 가능성 급부상

사고기 조종사들이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진입하며 이미 항공기 고도가 낮은 것을 인지했다는 발표도 나왔다. 국토부는 “사고기 조종사들이 한미 합동조사에서 착륙 전 500피트(약 150m) 상공에서 ‘진입각 지시등’에 문제가 있어 고도를 올리려고 했다는 진술을 했다”고 전했다.

진입각 지시등은 계기착륙시설(ILS)의 하나로 활주로에 진입하는 각도에 따라 색깔이 달라져 위험을 알린다. 4개의 등으로 이뤄져 빨간색 2개와 흰색 2개면 정상적인 3도 각도로 들어오는 것을 의미한다. 모두 빨간색이면 진입 각도가 너무 낮아 위험하고 모두 흰색이면 각도가 너무 높아 위험한 것을 의미한다. 조종사들은 “150m 상공에서 빨간색 등이 세 개 보였다”고 말했다. 이는 고도가 약간 낮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조종사들은 사전에 활주로 진입 각도가 낮은 것을 알고 고도를 높이려 했지만 사고가 났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 한국식 조종 문화가 사고 원인?

한국의 조종 문화가 사고의 원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선임자에게 조언하기 힘든 경직된 문화와 서툰 영어가 사고 원인이라는 것.

실제 사고 당시 조종석 뒤에 동승한 부기장은 “하강 속도가 빨라 ‘하강률’이라는 경고를 여러 번 외쳤지만 앞자리의 두 기장이 대답하지 않았다”고 국토부 사고조사단에 진술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경제매체인 CNBC는 이번 항공기 사고가 군대식 문화가 지배하는 ‘한국식 조종 문화’ 때문으로 진단했다. 상당수 조종사가 공군 출신인 데다 나이에 따른 계급질서 때문에 부기장이 기장의 잘못을 지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편 데버러 허스먼 NTSB 위원장은 10일 브리핑에서 “사고기를 조종한 조종사의 보잉777 조종 시간이 35시간에 불과하다”며 한국 조종사의 자격 문제를 또 거론했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운항 기종을 바꾸기 위한 ‘관숙 비행’을 하던 것이며 이는 세계 어느 항공사나 실시하는 방식”이라고 재차 반박했다.

세종=박재명 기자·박진우·김준일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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