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독체계 개편 ‘15년 갈등’ 불지펴
금융소비자 보호라는 명분을 내걸고 시작한 금융감독체계 개편작업이 15년 해묵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밥그릇 싸움으로 전락하고 있다. 다음 주 금융위가 금융감독체계 개편안을 내놓고 국회가 논의를 시작하면 개편안이 정치바람에 휩쓸릴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대통령 공약을 양 기관이 밥그릇 싸움에 이용하는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번 기회에 금융감독체계 개편 논의를 원점에서 생각해 보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어 논란은 정치권, 학계 등으로까지 번질 것으로 전망된다.
○ 소비자보호원 독립, 제재권 두고 대립
금감원은 금융위의 방안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 안에 금융소비자보호처를 신설한 지 1년 남짓밖에 안 됐는데 조직을 개편하는 건 맞지 않다”고 말했다. 금융기관의 건전성 관리와 소비자 보호는 ‘동전의 양면’이므로 둘을 분리해 갈등을 만들 게 아니라 한 조직 안에서 조율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게 금감원 주장이다.
제재권을 분리할지도 논란의 중심이다. 현재는 은행을 검사한 뒤 경징계는 금감원이, 중징계는 금융위가 맡도록 돼 있는데 금융위는 금감원의 제재권도 금융위에서 다시 검토하자고 주장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이 검사를 하면서 제재는 못하면 ‘이빨 빠진 호랑이’가 돼 검사의 실효성이 없다”며 반발했다.
○ 전문가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이번 갈등은 지난 15년 동안 쌓인 두 기관 사이 불신의 연장선으로 지적받고 있다. 상호 불신은 금융위의 전신인 금융감독위원회와 금감원이 출범한 1998년부터 15년간 줄곧 이어질 정도로 골이 깊다. 조영균 금감원 비대위원장은 “20명으로 시작한 금융위가 약 200명으로 몸집을 키우기까지 우리 업무를 조금씩 가져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정부 정책에 따라 감독, 검사에 충실해야 할 금감원이 정책수립 영역까지 넘보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조은아·이상훈 기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