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가안보국(NSA)이 워싱턴의 각국 대사관과 뉴욕 유엔본부를 무차별적으로 감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전직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이 보유한 비밀문건에 따르면 NSA는 각국 대사관의 통화와 e메일, 문자메시지를 감시해온 것은 물론 직원들의 대화 내용까지 엿들었다. NSA가 대상으로 삼은 38개국 중에는 주미 한국대사관도 들어 있다.
‘스노든 X파일’이 처음 알려진 것은 지난달 초다. 스노든이 폭로한 비밀문건에는 NSA와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대규모 개인정보를 갖고 있는 기업들의 서버에 접속해 일반 미국인들의 인터넷 관련 정보를 추적해 왔다는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미국 정부는 테러범 색출 등 국가 안보를 위한 것으로 외국정보감시법에 따라 적법하게 이뤄졌다고 해명했지만 군색한 변명으로 들린다.
이번 비밀문건을 통해 미국이 2009년 영국 런던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러시아 대통령을 상대로 도청을 시도한 사실도 밝혀졌다. 한때 미국과 패권을 다퉜던 러시아는 발끈했다. 미국의 우방으로 꼽히는 유럽연합(EU)도 EU 집행위를 대상으로 한 미국의 정보 수집에 대해 “우리를 잠재적 테러리스트로 본 행위”라며 현재 진행하고 있는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의 연기 또는 취소를 거론하고 있다. 그동안 “미국이 지속적으로 벌이고 있는 해킹의 피해자”라고 호소한 중국의 주장도 설득력을 얻게 됐다.
주미 한국대사관에 대한 도청 의혹과 관련해 미국 정부는 어떤 목적으로 무슨 정보를 몰래 수집했는지 외교 경로를 통해 명확히 해명할 필요가 있다. 우리 정부도 재외공관의 도·감청을 막기 위한 자체 보안 강화에 각별히 힘을 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