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정상회담]중국에 부는 ‘박근혜 바람’
함께 웃는 韓中정상 박근혜 대통령이 27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 앞 광장에서 열린 공식 환영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의장대를 사열한 뒤 환영객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베이징=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 박 대통령은 ‘중국의 오랜 친구’
라오펑유의 주요 시발점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다. 그는 3월 박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중국 인민과 나의 라오펑유”라고 말했다. 두 정상은 2005년 서울에서 한나라당 대표와 저장(浙江)성 당서기로서 처음 만났다. ‘8년 지기’인 셈이다. 최근 화춘잉(華春瑩) 외교부 대변인도 박 대통령을 “중국 인민의 라오펑유”라고 말했다. ‘라오펑유 박근혜’가 비공식 애칭으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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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대 라오펑유는 1920년대 공산당 창립 후 중국 혁명에 관여한 외국인이다. ‘중국의 붉은 별’을 쓴 에드거 스노 등이 해당된다. 2세대는 1949년 건국 후 중국과 교류한 제3세계 지도자로 노로돔 시아누크 전 캄보디아 국왕, 김일성 북한 주석 등이다. 3세대는 1970년대 중국이 서방과 교류할 때 도움을 줬던 리처드 닉슨 전 미 대통령,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 등이 꼽힌다. 4세대는 1978년 개혁개방 후 중국의 세계무대 진출에 힘을 실어준 인사들이다.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대표적 인물이다.
중국 지도자와의 개인적 친소관계는 물론이고 전략적 유대를 유지할 필요가 있는 중요 인물에게 라오펑유라는 호칭을 부여한 것이다. 27일 신징(新京)보는 지난해 12월 장신썬(張흠森) 주한 중국대사가 박근혜 당시 대통령 당선인을 예방할 때 이미 “각하는 중국 인민의 라오펑유”라고 했다고 보도했다.
○ 이유 있는 중국 내 박풍(朴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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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방중 때는 야당 대표임에도 후진타오(胡錦濤) 당시 국가주석을 만나 또박또박 중국어로 첫인사를 해서 후 주석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 면담을 극적으로 성사시킨 탕자쉬안(唐家璇) 당시 외교담당 국무위원은 박 대통령에게 “계속 주목해야 할 정치인이라는 것을 느꼈다”며 호의를 나타냈다. 왕자루이(王家瑞) 당 대외연락부장도 당시 박 대통령으로부터 은으로 만든 구절판 그릇을 선물로 받은 뒤 “정말 예쁘다. 볼 때마다 박 대표를 생각하겠다”고 화답했다. 왕 부장은 2006년 11월 박 대통령의 방중 때 “대통령 되세요”라는 직설적인 덕담을 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할 때마다 대학 강연 등에서 ‘동반자’ ‘동질감’을 강조한 것도 중국인들의 뇌리에 남았다. 2005년 방중 때 베이징대 강연에서 박 대통령은 “한국에 제일 많은 음식점이 중국집이다. 여러분이 사랑하는 안재욱과 장나라 비 송혜교 같은 한류 스타들이 어릴 때부터 짜장면을 먹고 자랐다”며 분위기를 띄웠다. 이어 “이런 문화적 동질감과 유대를 바탕으로 두 나라의 젊은이들이 새로운 미래를 열어 달라고 했다”고 강조했다. 이 강연의 첫인사와 마지막 인사는 중국어로 했다.
한국의 산업화를 이끈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중국인들의 높은 관심에 따른 후광 효과도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완준 기자·베이징=고기정 특파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