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발레단 ‘차이콥스키’ 주역무용수 박나리-슬기 자매
발레리나로서 이력만 보면 언니가 잘나가는 동생을 질투할 법하건만 이 자매, 반대다. 쿨한 언니 박나리씨(오른쪽)와 언니를 질투해온 악바리 동생 박슬기 씨(왼쪽)는 밖에선 늘 연인처럼 손잡고 팔짱끼고 다닌다고 한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25일 오전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4층 국립발레단 연습실. 28∼30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될 국립발레단 ‘차이콥스키: 삶과 죽음의 미스터리’ 공연을 앞두고 발레리나들의 몸 풀기가 한창이었다.
이곳에서 서로 닮은 듯 다른 박나리(30)·슬기(27) 자매를 만났다. 연습실 거울을 보면서 음악에 맞춰 따로 춤을 추다가도 어느 샌가 찰싹 붙어 속닥거렸다. 무슨 얘기였는지 물어보니 “너 어깨 좀 올리지 마.” 독설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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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성격이 낙천적인데 동생은 악바리 근성이 있어요. 질투 날 만도 하지만 얼마나 힘든지 아니까 자랑스럽죠.”(나리)
“언니는 발등과 다리 라인이 타고났어요. 좋은 재료를 갖고 있죠. 저는 그렇지 않은데 노력으로 여기까지 왔답니다.”(슬기)
동생은 언니 덕분에 발레를 배우게 됐다. 노래를 부르면 꼭 춤을 추는 언니를 따라 다섯 살에 발레학원에 갔던 게 시작이었다. 항상 ‘춤 잘 추는 나리의 동생’으로 불려 짜증이 났다고. 형편이 그리 넉넉하지 않았던 것도 동생에겐 위기였다.
“질투는 제가 했죠. 엄마가 언니만 발레를 시키겠다고 했을 땐 세상이 무너지는 줄 알았어요. 언니의 그늘에 가려서 더 열심히 했어요(웃음).”(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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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이목구비에 화려한 외모의 언니, 오목조목 귀여운 얼굴을 가진 동생은 색깔은 다르나 체격은 비슷하다. 2010년 ‘백조의 호수’ 지방 공연 때는 스페인 공주 역할을 했던 언니가 1막이 끝나고 발목 부상을 입자 객석에 있던 동생이 2막에 급히 투입되기도 했다. “자세히 보면 정말 다르게 생겼는데 몸은 비슷해요. 군무를 하면 우리 둘은 안무가 딱딱 맞죠.”(나리)
자매는 이번 공연에서 회마다 번갈아가며 출연한다. 평소엔 딱 붙어 다니는 자매지만 주역으로 함께 무대에 선 적은 없다. “나중엔 둘이서 안무를 만들어 함께 무대에 오르고 싶어요.”(나리) “그나저나 함께 무대에 오르면 얼마나 좋을까요. 엄마도 한번에 보러 오실 수 있고.”(슬기) 5000∼8만 원. 02-587-6181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