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우리銀보다 우리투자증권 인수에 더 관심
다음 달 시작하는 우리금융지주 자회사 매각을 앞두고 KB금융지주가 우리은행보다 우리투자증권에 더 관심을 두는 것으로 파악됐다. KB국민은행에 우리은행을 합쳐 초대형 금융사(메가뱅크)가 되는 게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셈이다. 그동안 금융계 안팎에서 전망이 무성했던 메가뱅크 탄생 가능성이 크게 낮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위원회 산하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26일 내놓은 ‘우리금융 민영화 추진방안’에서 우리금융 14개 자회사를 지방은행계열, 증권보험저축은행계열, 우리은행계열로 그룹을 지어 내년 말까지 매각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메가뱅크 어려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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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우리금융 민영화의 핵심인 우리은행이다. 정부는 올해 지방은행과 우리투자증권 등을 먼저 팔면 전체 몸집이 줄어 내년에 우리은행과 일부 자회사를 묶어 팔기가 쉬울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지주사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으로 커 덩치는 별로 줄지 않는다. 우리은행의 총자산은 3월 말 기준 240조 원으로 국민은행(259조 원)과 비슷하다. 두 은행을 합치면 자산 규모가 500조 원이나 돼 세계 순위 50위권에 드는 메가뱅크가 된다.
금융 전문가들은 업무가 중복된 상태에서 2개 은행을 단순히 합치면 비효율만 커질 것으로 본다. 합병 후 반경 500m 이내에 있는 지점을 정리해야 효율이 높지만 은행권은 노조가 강해 구조조정이 쉽지 않다. 개인금융과 기업금융에 특화된 은행들이 합병하면 시너지를 낼 수도 있다. 하지만 국내 은행은 리스크 관리 능력을 쌓아 개인 또는 기업금융을 특화하는 대신에 단순히 고객 수만 늘리는 ‘쉬운’ 영업을 한 경향이 있다. 이런 은행들을 합치면 시너지 효과가 나지 않을뿐더러 글로벌 위기 국면에서는 경제에 주는 부담이 2배로 커진다.
함준호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경영학)는 “위험 관리를 못하는 은행이 덩치만 키우면 건전성이 악화된다”며 “지금 국내 은행은 메가뱅크보다는 수익 구조를 다양화하는 데 힘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금융계는 임영록 KB금융 회장이 최근 “1인당 생산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겠다”고 강조한 것과 관련해 사업영역이 겹치는 우리은행 인수가 어렵다는 의미로 해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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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적자금 다 건지긴 힘들 듯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이날 “우리금융을 하루빨리 시장에 돌려줘 시장의 힘으로 경쟁력을 높이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금융지주회사법상 우리금융 민영화와 관련한 3가지 원칙은 ‘공적자금 회수율 극대화, 조속한 민영화, 금융산업 발전’인데, 이 중 조속한 민영화에 초점을 두겠다는 의미다.
속도에 치중하다 보면 12조8000억 원이나 투입된 공적자금을 다 회수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금까지 우리금융 지분 매각 등을 통해 회수한 공적자금은 5조7000억 원 정도로 회수율이 45%에 머물고 있다. 우리금융 주가가 주당 1만7000원은 돼야 공적자금을 모두 건질 수 있지만 현 주가는 1만 원대에 머물고 있다.
공자위 관계자는 “자회사를 그룹별로 분리 매각하는 방식을 과거처럼 일괄매각하는 방식과 비교한 결과, 가격차가 크게 나지 않았으며 상황에 따라 더 비싸게 팔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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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