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 이종훈 특파원, 남아공 프리토리아를 가다
만델라가 위독한 상태라는 사실이 알려진 23일 이후 이 병원의 담벼락은 남아공 국민의 염원을 담은 ‘희망의 벽’이 됐다. 담벼락에는 만델라의 빠른 회복을 기원하는 카드와 그림, 풍선 등이 빼곡히 붙어 있고 수백 송이의 꽃이 담벼락 아래 놓여 있다. 카드에 쓰인 문구들에는 유독 아버지를 뜻하는 ‘타타’라는 표현이 빠짐없이 등장했다. 만델라는 그들에게 아버지였다.
“신이 마디바(만델라의 존칭) 당신을 축복하시길. 나는 당신의 전설을 나의 아들에게 전할 게요-캔디스.”
만델라의 병세는 병원 주변에서도 전혀 알 수 없었다. 병원 옆문을 지키던 한 경찰관은 한국에서 온 기자라고 밝히고 만델라의 건강을 묻자 “그건 우리도, 병원 직원 대부분도 전혀 모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만델라가 산소호흡기를 통해 연명하는 상태가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이날 케이프타운의 타보 마크고바 대주교가 병원을 찾아 만델라와 가족을 위로하는 기도를 주재했다. 마크고바 대주교는 “만델라에게 영원한 치유, 고통과 괴로움으로부터의 안식을, 조용한 밤과 평화롭고 완벽한 임종을 허락하소서”라고 기도했다.
이런 가운데 쿠누에 있는 만델라 전 대통령 자택에서는 전날 만델라의 딸과 손자 등 가족과 가문 원로들이 모인 가운데 긴급 회의가 열려 만델라의 장지를 포함한 장례 절차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델라의 평안을 기원하는 메시지는 나라 밖에서도 이어졌다.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은 25일 트위터에 “빌(남편인 클린턴 전 대통령), 첼시(딸)와 나는 우리의 위대한 친구인 마디바와 그의 가족 및 국가에 사랑과 기도를 보낸다”고 적었다. 모건 창기라이 짐바브웨 총리는 “만델라는 영감의 아이콘”이라고 칭송했다.
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