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녕 논설위원
내 관심을 끈 건 그의 구상이다. 이달 말경 ‘봉봉’이라는 이름의 협동조합 설립을 앞두고 있는 그는 “20만 미권스(정봉주와 미래권력들) 회원도 있고 도시 쪽 네트워크도 강하다. 이걸 활용해서 좋은 농산물의 직거래를 통해 도시와 농촌이 상생하는 모델을 만들어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여기까진 좋다. 그 다음이 개운치 않다. “협동조합 조합원들이 1만, 10만, 100만이 된다고 치면 이들만큼 강력한 조직이 어디 있겠나. 민주당도 협동조합에 주목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보수 쪽 분들은 협동보다 경쟁의 원리를 중시하기 때문에 협동조합에 적응하기 힘들 거다.”
그는 지난달 ‘노무현 서거 4주기 추모문화제’에서는 더 노골적으로 말했다. “시민을 씨줄과 날줄로 만들라는 협동조합이 곧 노 전 대통령의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인데 가카(이명박 대통령)께서 아무것도 모르고 작년 12월 (협동조합기본법을) 통과시켰다. 봉화에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배후조종은 박원순 시장이다. 저번에 식사하는데 협동조합을 하라고 하더라. 이미 다 약속됐다.”
협동조합을 정치적 시각으로 바라보고, 그것도 박 시장의 ‘배후조종’에 따라 협동조합을 만들게 됐다는 정 전 의원과, ‘정치적 의도가 없다’는 박 시장 중 누구 말이 맞는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가 없다. 적어도 정 전 의원은 협동조합을 왜 만들고, 어떤 식으로 쓰려는지는 분명히 한 셈이다.
미리부터 협동조합을 선거와 연관시키는 것은 기우(杞憂)일지 모르겠다. 협동조합기본법(9조)은 협동조합의 공직선거 관여를 금지하고 있다. 국회의원과 지방의원은 협동조합 임원이 될 수 없도록 하는 법 개정도 입법 예고돼 있다. 그러나 선거법이 없어 불법선거운동이 벌어지는 건 아니다. 더구나 협동조합기본법(10조)은 국가 및 공공단체가 협동조합 사업에 적극 협조하고 필요한 자금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칼을 의사가 잡을지, 도둑이 잡을지 모르니 걱정인 것이다.
협동조합은 사회경제적 약자들이 연대를 통해 자조·자립하기 위한 작은 생활공동체다. 정 전 의원의 말마따나 보수우파보다는 진보좌파와 궁합이 더 잘 맞는다. 그러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보듯 진보좌파가 협동조합에서 재미를 보면 보수우파라고 가만히 있을 리 없다. 그렇게 되면 작은 생활공동체도, 큰 사회공동체도 흙탕물을 뒤집어쓰게 된다.
5월 말 현재 벌써 1210개의 각종 협동조합이 등장했다. 협동조합이 우리 사회에 진짜 필요하고 소중하다고 여긴다면 불순한 촉수(觸手)는 거둬야 한다. 정치는 정치의 영역에서 하는 것만으로도 차고 넘친다. 그것도 박수조차 못 받는 정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