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웅은 “형 노릇은커녕 김수현 이현우와 노느라 정신이 없었다”고 말했다.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드라마 ‘각시탈’이 끝난 뒤 대본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대부분 주인공이었다. 그를 찾는 곳도 많아졌다. 배우 박기웅(28)의 가치가 빛을 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그는 서두르지 않았다. 도약할 수 있는 상황에서 한 번 더 움츠렸다. 많은 기회를 뒤로한 채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감독 장철수)를 선택했다. 주인공 김수현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는 작품이다. 그렇지만 관객들은 울긋불긋 주황색 머리에 전자기타를 들고 “내레 인민의 록을 보여주갔어!”라고 외치는 간첩 리해랑을 외면할 수 없다. 박기웅의 ‘미친 존재감’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비중은 처음부터 중요하지 않았어요. 마음에 드는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었어요. 자유분방하고 인생을 즐기러 온 듯한 리해랑이 마음에 들더라고요. 웹툰도 재미있게 봤고요.”
그의 소신 있는 선택이 대중에게 통한 걸까.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각종 흥행기록을 갈아 치우며 스크린을 강타하고 있다. 이미 개봉 전 최다 예매 관객 수와 국내 오피스 최단 시간 100만 관객 돌파 기록을 넘어섰다. 거침없는 흥행질주에 박기웅도 놀란 건 마찬가지. 그는 “신기록을 보니 몸이 짜릿짜릿하다”며 “연기는 부족한 점이 많은데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니 놀라울 따름이다”고 말했다.
“‘최종병기 활’에서 사용했던 만주어를 아직 기억하고 있어요. 언어에 관심이 많아요. 어렸을 때 캐나다 출신 외국인과 같이 살았거든요. 그래서 영어를 저절로 하게 됐어요. 고등학교 때도 언어영역과 외국어영역에서 1등급을 안 놓쳤어요. 모의고사 성적도 좋았고요. 그런데 수학은 8등급이었어요.(웃음)”
배우 박기웅.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이번 영화에서는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기타까지 배웠다. 적성에 맞는지 계속 배울 생각이다. 요즘 기타의 매력에 푹 빠졌다고 한다.
“가수 정엽 박효신 씨와 잘 어울려요. 자유자재로 악기를 다루는 모습이 정말 부럽더라고요. 영화에서는 아마추어로 나오지만 언젠가는 프로 기타리스트처럼 연주하고 싶어요.”
박기웅은 데뷔 초 많은 사람들이 알아보는 CF스타였다. 한 휴대전화 광고에서 선보인 일명 ‘맷돌춤’으로 깜짝 스타가 됐다. 이름 대신 ‘맷돌춤’으로 불릴 때가 많았다.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할 때마다 ‘맷돌춤을 춰 달라’는 요구를 받기도 했다. 배우로서 콤플렉스가 될 만도 했지만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저에게는 고마운 광고예요. 그 광고 덕분에 출연 제의가 많았거든요. 문제는 편견과의 싸움이었어요. ‘광고로 떴으니 연기를 못할 거야’라고 부정적으로 보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그 편견을 깨려고 더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어느 순간 연기가 좋아졌어요. 가치관도 많이 달라졌죠. ‘연기를 즐기며 차근차근 발전하자’라는 목표를 갖게 됐어요.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에요. 관객에게 믿음을 줄 수 있는 연기자가 되는 게 가장 큰 꿈이에요. 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배우가 되겠습니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사진|국경원 기자 onecut@od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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