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美 첨단무기 우위 유지 꼼수, 핵감축 앞서 MD협상부터 해야”美서도 반대 많아 실현 불투명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 연설 직전 주재한 국방력 강화 점검 회의에서 “러시아는 전략적 억지력의 균형이 깨지거나 핵전력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핵미사일과 미사일방어(MD) 육성 등을 향후 군사력 구축의 핵심 방향으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세르게이 라브코프 외교차관은 “다른 많은 나라가 핵과 미사일 전력을 확대하는데 러시아가 미국과 양자 차원에서만 무한정 핵무기 감축 합의를 할 수는 없다. 다자 군축 협상을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유리 미하일로프 러시아 군수산업위원회 부위원장은 “오바마 대통령의 핵무기 추가 감축 제안은 사실상 미국의 첨단무기 분야 우위를 유지하려는 시도”라고 꼬집었다.
러시아는 미국이 세계 각국에 MD 체제를 강화하는 것에 대해 사실상 러시아 핵무기를 겨냥한 것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핵무기 감축에 앞서 미국 MD 시스템에 대한 협상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게 러시아의 입장이다.
미국 내 의회 분위기도 호의적이지 않다. 켈리 에이욧 상원의원(공화·뉴햄프셔)은 “감축 제안이 잘못됐고 위험하다”고 성토했다. 마이크 엔지 상원의원(공화·와이오밍)은 “오바마 대통령이 북한과 이란의 핵위협 대처에 소홀하면서 러시아만 달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러시아와의 공동 핵감축이 미국 상원의 비준 절차가 필요한 상황에서 공화당 상원의원들을 중심으로 반대 기류가 확산된다는 점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제안은 미래가 밝지 못하다고 워싱턴포스트는 19일 전했다.
반대로 일각에서는 이번 핵감축 제안이 너무 규모가 작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는 20일 “오바마 대통령이 제시한 것처럼 미국이 3분의 1의 핵무기를 줄여도 여전히 핵탄두 1000여 개가 남아 방어용 병기로 주장하기에는 너무 양이 많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