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1994년 ‘홈런 볼’ 뒤 대인기피증… 동국은 지금 뭔가에 쫓기는 플레이”
19년이 흐른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욕을 많이 먹는 선수’는 이동국(34·전북)이 됐다. 18일 이란과의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를 비롯해 7경기에 나섰지만 단 한 골에 그쳤다. 한국이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달성했지만 스트라이커로 나선 이동국은 1994년 황 감독이 그랬던 것처럼 비난의 표적이 됐다. 이란전 뒤 이동국은 유난히 축 처진 어깨에 회한이 서린 듯한 얼굴로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누구보다 이동국을 잘 이해하고 있는 황 감독은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황 감독은 “1994년 월드컵 뒤 밖으로 나가는 게 무서웠을 정도로 대인기피증에 시달렸다. 심리 치료를 위해 병원도 다녔다”고 말했다. 그런 만큼 황 감독에게 월드컵 최종예선을 거치며 마음고생을 한 이동국의 상황은 남의 일 같지 않다. “안타깝다”고 운을 뗀 황 감독은 “(동국이가) 경기를 하는 것을 보면 쫓기는 것 같은 인상을 받는다. 편하게 경기를 하는 것 같지 않다. 스트라이커로서 뭔가를 해야겠다는 마음이 앞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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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 한 골을 넣는 데 그친 ‘비운의 스트라이커’ 이동국이 18일 울산에서 열린 이란과의 최종예선 경기가 끝난 뒤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경기장에서 걸어 나오고 있다. 이동국의 월드컵 도전기가 해피엔딩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울산=서영수 기자 kuki@donga.com
이동국에게 월드컵은 아직 끝나지 않은 드라마다. 1998년과 2010년 두 번 월드컵에 나섰지만 단 한 골도 기록하지 못했다. 브라질 월드컵은 마지막 월드컵 본선 출전의 기회다. 이동국은 ‘센추리 클럽(A매치 100경기 이상 뛴 선수)’ 가입에 1경기가 부족하다. 황 감독은 “월드컵 본선이 축구 인생의 마지막 도전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기회가 오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능력을 발휘한다는 생각만 가졌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이동국의 월드컵 도전기는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 있을까. 이동국은 자신의 자서전에 ‘희망’을 남겨 놓았다. “나에게 월드컵은 아직까지 다 풀지 못한 숙제라고 생각한다. 2002년에 황선홍 선배가 그랬던 것처럼 나는 다가올 월드컵에서 마지막으로 명예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싶다.”(이동국이 쓴 ‘세상 그 어떤 것도 나를 흔들 수 없다’ 중에서)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