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 떡갈비… 손가락 김밥… 씨앗 호떡… 회오리 감자…
부산 국제시장의 명물 ‘씨앗호떡’을 파는 롯데백화점 광복점 지하 식품관. 롯데백화점 제공
서울 중구 명동에서 ‘명동 떡갈비’ 노점을 운영하는 유용찬 씨(52)는 이달 초 이마트 죽전점에 떡갈비 매장을 냈다. 외환위기 때 직장을 잃은 그는 1998년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경동시장에서 떡볶이 장사를 시작했다. 두 달 전 이마트 직원들이 찾아와 사업 제안을 했을 때만 해도 정중히 거절했다. 굳이 대형마트에 들어갈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장 수수료를 낮춰 주겠다” “음식 만드는 인력도 고용해 주겠다”며 계속 설득하자 마음이 바뀌었다. 그는 “대형마트를 찾는 다양한 사람들에게 떡갈비를 소개할 수 있고 사업을 안정적으로 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마트 죽전점에 들어선 ‘명동 떡갈비’ 매장. 이마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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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떡에 해바라기씨 등 견과류를 넣은 ‘씨앗 호떡’은 부산 남포동 국제시장의 명물로 꼽히는 노점 음식이다. 롯데백화점 광복점,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디큐브시티 지하 식품관에 매장이 들어섰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방송에서 연예인 이승기가 먹어 화제가 된 점포를 찾아가 사업 제안을 했다”며 “점포 이름도 ‘승기 씨앗 찹쌀 호떡’으로 정했다”고 말했다.
크라운해태제과는 최근 서울 명동의 ‘회오리 감자’를 본떠 ‘돌풍감자’를 내놨다. 박우흠 크라운해태제과 스낵 브랜드매니저팀장은 “유명 노점 음식을 주제로 한 제품은 다른 제품에 비해 시장 진입이 쉽고 마케팅 비용이 덜 든다”고 전했다.
노점 음식은 특허 관계가 명확하지 않고 원조를 찾기 힘들다. 기업들은 그 지역에서 가장 장사가 잘되거나 유명한 노점 상인을 찾아가 일대일로 계약한다. 상설로 운영하는 곳도 있지만 짧게는 2주에서 2, 3개월 단위로 ‘기간 한정 계약’을 맺는 곳도 있다. 입점 자체를 부담스러워하는 노점 상인이 많아 매출 수수료를 다른 매장보다 5∼10% 낮춰 주고 운영 인력을 고용해 주는 등 혜택을 주기도 한다.
대기업의 노점 음식 사업에 대해 긍정적 시각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정지혜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노점 음식이 유통업체에 들어오는 것은 벤처회사와 대기업 간의 기술 제휴를 통한 상생 모델과는 차원이 다르다”며 “대기업에 선택된 특정 노점 외에 다른 상인들이 위협받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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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