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어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을 국가정보원법의 정치관여 금지 의무 위반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원 씨는 국정원 직원들에게 “종북 좌파들이 북한과 연계해 다시 정권을 잡으려 하는데 금년에 확실히 대응하지 않으면 국정원이 없어진다”면서 “종북 좌파 세력이 국회에 다수 진출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원 씨의 이런 언급이 국정원 직원의 선거 개입을 유도했다고 판단했다.
국정원이 상대해야 할 종북 좌파는 북한과 연계해 남한의 국가 체제를 폭력적으로 전복하려는 세력에 국한되어야 한다. 원 씨는 2012년 2월 국정원의 심리전단 사이버 팀원을 70여 명으로 확대하고 수백 개의 아이디(ID)를 이용해 웹사이트에서 의견을 개진하도록 했다. 드러난 것만 해도 게시글 5179건, 찬반 클릭 5174건이다. 이 가운데 많은 글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국정 성과를 홍보하거나 동조하는 것이었다. 원 씨가 거론한 ‘종북 좌파’의 개념은 너무 포괄적이어서 국정원 직원들의 정치 개입을 유도했을 소지가 크다.
그렇지만 국정원이 정치 개입을 넘어 조직적으로 선거에 개입했다고 보기에는 따져봐야 할 내용이 많다. 대선과 관련된 글을 올린 직원은 70여 명 중 9명에 불과하고, 이들이 올린 글도 87일 동안 73건으로 전체의 4.1%에 그쳤다. 하루에 1건 정도다. 인터넷 커뮤니티와 포털사이트에는 하루 수천, 수만 건의 글이 올라온다. 대선 관련 찬반 클릭 건수는 전체 찬반 클릭 건수의 24.7%로 게시글보다는 많다. 그러나 이 역시 지시에 따른 것이 아니라 개별적으로 금지선을 넘은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선거 개입 여부는 법정에서 가려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