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충현 경제부 기자
대표적인 곳이 현대증권. 현대증권 노조는 다음 달 5일 서울 종로구 연지동 현대그룹 본사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려고 준비 중이다. 네 번째 연임하는 12대 노조위원장의 취임식을 그룹 본사 앞에서 여는 것이다. 취임식이라는 형식을 빌린 일종의 시위다.
이 회사 노조가 회사를 상대로 건 소송만 여러 건. 회사 외부 특정인물의 입김이 작용해 ‘부적합한 인물’이 사장이 됐기 때문에 퇴진운동을 벌인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회사 측은 “안 그래도 어려운 시기에 노조의 소송 등으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호소한다.
골든브릿지증권 노조는 부실계열사 지원 중단 등의 구호를 내걸고 1년째 파업 중이다. 우리금융지주 민영화 방안과 관련한 우리투자증권 노조의 움직임도 조만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 돈이 넘쳐날 때라면 이런 갈등도 대부분 협상과 타협으로 풀렸을 것 같다. 대규모 성과급이 지급되던 시기의 여의도는 이런 갈등이 거의 없었다.
증권사 직원들의 마음은 복잡하다. 노조니까 활동을 하는 게 당연하지만 요즘처럼 어려운 때 조금 더 유연하게 노조활동을 할 수 없을까 아쉽기도 한 모양이다. 그만큼 위기의식이 큰 것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금융투자업계가 최악의 시기를 보내는 상황에서 노사갈등에 발목이 잡히는 것 같다”며 “우리를 위해 밤낮없이 노조활동을 하는데 싫은 소리를 할 수도 없고…”라고 말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지독한 불황에 시달리는 증권업계에서는 구조조정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업계 1, 2위를 다투는 삼성증권이 구성원을 계열사에 배치하겠다며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13일 코스피는 연중 최저치로 추락했다. 추락하는 가운데에서도 살아남는 조직을 만들어야 구성원도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