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시인 이상(1910∼1937)은 일제강점기 경성에서 제비다방을 경영했다. 그는 1933년 서울 종로에 다방을 차리고 애인이었던 기생 금홍을 마담으로 앉혔다. 그 시절의 이야기는 소설 ‘날개’로 태어났다. 2년 만에 재정 악화로 문을 닫긴 했으나 제비다방은 근대 문학사에서 의미 있는 공간으로 대접받는다. 정지용 김기림 이태준 박태원 등 쟁쟁했던 문인들의 사랑방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전통다방은 전북 전주시 경원동 삼양다방이다. 설탕과 크림을 넉넉하게 넣은 커피 한 잔 값이 20년 전 그대로인 2000원, 단골은 1500원을 받는 곳, 잣 대추를 듬뿍 넣고 계란 노른자를 띄운 쌍화차를 파는 곳, 시간이 멈춘 듯 낡은 소파가 터줏대감 노릇을 하며 추억여행을 덤으로 선물하는 곳이다. 1952년 문을 연 이 다방이 이달 말 문을 닫는다. 올해 초 건물 주인이 바뀌면서 리모델링을 앞두고 있기 때문. 다방을 살리기 위해 모금 전시회도 열었으나 시간의 거센 물결은 ‘기사회생’을 허락하지 않았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