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크리스 세든이 4일 마산 NC전에 선발 등판해 와인드업을 하고 있다. 팀은 하위권으로 처져있고, 불펜의 난조로 호투하고도 승리를 챙기지 못하는 경기가 많지만 그는 넓은 아량으로 포용하는 ‘대인배’ 에이스다. 창원|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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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역시 불펜 출신…미안한 심정 이해”
넓은 포용력 덕분에 팀 동료들이 신뢰
뛰어난 제구력으로 방어율 1.56 선두
SK의 외국인투수 크리스 세든(30)의 글러브에는 믿을 신(信)자가 새겨져 있다. 딸의 이름 ‘Faith’를 딴 한자다. 이 한자야말로, 현재 세든의 위상을 가장 잘 설명하고 있다. 세든은 11일까지 유일하게 1점대 방어율(1.56)로 이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 퀄리티스타트(10번)와 투구이닝(81)도 가장 많다. 그만큼 선발투수로서 제 몫을 다했다는 증거다. 비록 팀은 하위권으로 처져있지만, 세든은 에이스의 소임을 너끈히 수행하고 있다.
● 불펜이 날린 승리? “나 역시 불펜 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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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잠실 두산전을 앞둔 세든은 “나 역시 지난 시즌 클리블랜드에서 불펜으로 뛸 때 선발투수의 승리를 날린 적이 있다”며 웃었다. 그럴 때면 세든은 덕아웃으로 들어와 더 격렬하게 자책했다. 동료에 대한 미안함을 다른 방식으로 표현한 것이다. 자신 역시 비슷한 경험이 있기에 에이스다운 넓은 가슴으로 불펜투수들까지도 배려할 수 있다. 진해수는 “내가 영어를 잘 못하지만, 세든은 친해지고 싶은 선수”라며 웃었다.
● 뛰어난 제구력과 견제능력, 한국형 용병!
세든은 SK가 오랜 전부터 눈여겨본 투수다. 직구 구속은 140km대 초반으로 빠르지 않지만, 제구력이 뛰어나고 구종이 다양해 한국무대에서 충분히 통할 것이란 판단이었다. 큰 키(193cm)와 긴 팔 덕에 타점 역시 좋다. 외국인투수들은 보통 한국무대에서 주자들을 상대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그러나 세든은 견제동작이 뛰어나, 주자들이 쉽게 도루를 시도할 수 없는 유형의 투수다. 올 시즌 도루를 내준 것은 두 차례뿐. 세든은 “세트포지션에서 공을 잡고 있는 타이밍을 수시로 달리 한다. ‘하나, 둘’ 하고 던질 때도 있고, ‘하나, 둘, 셋’ 하고 던질 때도 있다”며 자신의 잠금장치에 대해 설명했다.
● 관건은 체력! 한계투구수는 11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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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건은 체력이다. 세든은 많은 이닝을 소화하는 투수는 아니었다. 빅리그에선 주로 불펜으로 뛰었고, 마이너리그(2001∼2012년)에서도 연간 150이닝을 넘긴 시즌은 세 번(2004·2006·2008년)뿐이었다. SK 코칭스태프도 이 사실을 알고, 세든을 관리하고 있다. 세든은 “110개 정도를 나의 한계투구수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잠실|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트위터@setupman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