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월말 공약 105건 이행계획 발표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9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공약이라는 이유로 예비타당성 조사 등 정해진 절차를 면제할 수는 없다”며 “필요한 절차를 모두 거친 뒤 (타당성이 있는 경우에만)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사업비가 500억 원 이상이고 국가가 300억 원 이상을 지원하는 사업은 의무적으로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국가 정책적으로 추진이 필요한 사업으로 기획재정부 장관이 정한 경우’ 등 예외규정을 적용해 조사를 건너뛴 사례가 적지 않았다.
정부는 박 대통령이 약속한 지방공약을 모두 이행하는 데 80조 원가량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나 공약가계부에는 4분의 1인 20조 원가량만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경우에도 단계적으로 재정을 투입하거나 민간투자를 적극 활용하는 등의 방식으로 정부 예산을 절감할 계획이다.
하지만 일부 공약은 이미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온 것도 적지 않아 ‘타당성이 있어야 돈을 넣는다’는 정부 방침은 적잖은 논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춘천∼속초를 잇는 동서고속화철도의 경우 지난 정부에서 KDI가 두 차례 조사한 결과 두 차례 모두 타당성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 대통령의 공약 사안이지만 다시 조사를 해도 결과가 달라질 가능성은 낮다. 그럼에도 강원도 측은 “공약 사업인 만큼 예외규정을 적용해 타당성 조사를 면제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전남 여수와 경남 남해를 연결하는 한려대교(총 15.4km)의 경우 박 대통령이 지난해 “건설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약속했지만 KDI가 산정한 비용 대비 편익 비율은 0.09였다. 이 비율이 1 이상이어야 경제성이 있다. 정부 관계자는 “타당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날 경우 사업 방식이나 추진 형태를 바꾸는 등 사업성을 높이기 위한 작업이 선행돼야 다시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일각에선 지난해 대선 당시 새누리당이 공약 이행을 위한 예산 조달 방안을 발표하면서 지역공약은 아예 소요예산에서 제외해 놓고 지금 와서 ‘재원을 마련하라’고 독촉하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다는 지적도 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