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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북송 9명’ 역공… 체제선전 카드로 이용할 듯

입력 | 2013-06-07 03:00:00

■ “南이 유인납치” 공세 배경은




숄티 여사, 워싱턴 라오스 대사관 앞 시위 수잰 숄티 여사(왼쪽에서 두 번째)가 이끄는 북한자유연합 회원 10여 명이 5일(현지 시간) 워싱턴 라오스 대사관 앞에서 탈북 청소년 9명의 북송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숄티 여사가 북송된 9명의 사진과 ‘라오스는 그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문구가 적힌 종이를 들고 있다. 숄티 여사는 “탈북자들을 유인 납치하려고 했다는 북한 측 주장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유엔과 국제사회를 상대로 북송된 탈북자들이 처벌받지 않도록 북한 당국을 압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북한이 지난달 28일 라오스에서 평양으로 북송된 탈북 청소년 등 9명과 관련해 남쪽을 향해 역공세를 펴기 시작했다. 탈북 청소년 문제는 지금까지 유엔 등 국제사회가 북한을 일방적으로 규탄하고 북한은 침묵을 지켜온 것과는 크게 다른 양상이다. 북한은 북송 8일째인 5일 조선적십자회 대변인 담화를 통해 처음으로 이 문제에 대해 입을 열었다. 적십자회 대변인은 이번 사건을 “어린 청소년을 유인 납치해 남조선으로 집단적으로 끌어가려다 발각된 반인륜적 만행 사건”으로 규정한 뒤 남측을 향해 “범죄행위에 대해 사죄하고 주모자들을 엄중 처벌하라”고 요구했다. 또 “수십 명의 청소년을 유괴 납치해 비밀 은신처에 가둬놓고 온갖 악행을 감행했으며 성경과 찬송가를 외우지 못하면 몽둥이로 구타해 온몸에 멍이 들고 정신적 압박으로 말투까지 이질화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청소년들은 지금 안정을 되찾고 있으며 국가의 보살핌 속에 자기의 희망과 미래를 마음껏 꽃피우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제네바 주재 북한대표부 김영호 참사관도 5일 유엔 인권위이사회가 열린 직후 똑같은 주장을 했다. 김 참사관은 한국 TV 방송 등과의 인터뷰에서 “(청소년들에 대한) 안전상의 문제는 훗날 보면 알 것이며 사진이나 동영상을 포함한 보도를 기대해 보라”고 말했다. 북한 외교관이 한국 TV 카메라 앞에서 긴 시간 일문일답을 주고받은 것은 이례적으로 본국의 지시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이를 통해 볼 때 북한은 적절한 시점에 기자회견을 열어 북송된 탈북 청소년들을 등장시킬 가능성이 커졌다. 9명이 한꺼번에 나와 자신들이 중국에서 선교사의 ‘가혹행위’에 얼마나 시달렸는지 증언하고 어쩔 수 없이 남쪽으로 끌려갈 뻔했다고 한목소리로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탈북 청소년 북송을 계기로 확산되는 국제사회의 인권 공세를 약화시키고 남측을 향해서는 “북한 주민들을 납치해가는 행위를 중단시키라”며 역공세를 펼 것으로 보인다.

또 북송 청소년들이 “김정은 원수님이 우리를 구원해주었다”면서 눈물을 흘리며 김정은의 ‘따사로운 품’을 칭송하는 합창을 하면 북한 주민들을 감동시키는 극적 내부 선전효과도 얻을 수 있다. 북한은 이미 재입북 탈북자들을 내세워 여러 차례 유사한 기자회견을 진행해 체제 선전에 활용한 바 있다. 기자회견은 6일 조선소년단 창립 67주년을 맞아 개막한 ‘소년단 7차 대회’ 이후에 열릴 것으로 보인다. 축제 마당에 ‘탈북’ ‘납치’ 등이 거론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북송된 탈북 청소년들이 선전에 활용될 경우 이들을 구명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압박이 어느 정도 효력을 발휘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들은 북한 체제의 우월성을 상징하는 인물로 부각하기 위해 적절한 교육과 대우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EU)은 탈북 청소년 9명이 라오스에서 중국을 거쳐 북한으로 송환된 것은 국제법상 강제송환 금지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는 성명을 5일 발표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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