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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메트로 像像]조선총독에 폭탄 던진 백발 노인의 그 기개 세월을 잊고 위풍당당

입력 | 2013-06-03 03:00:00

옛 서울역 강우규 동상




옛 서울역 자리를 지나다 보면 광장에 늠름하게 서 있는 한 노인의 동상을 볼 수 있다. 최근 MBC의 인기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 안중근 윤봉길 의사와 함께 등장했던 독립운동가 왈우(曰愚) 강우규 의사(1855∼1920)의 동상(사진)이다. 동상이 서 있는 곳은 그가 1919년 9월 2일 조선총독 사이토 마코토(齋藤實)를 암살하기 위해 폭탄을 투척했던 자리. 강우규의사기념사업회는 의거 92주년을 맞은 2011년 9월 2일 이 자리에 동상을 세웠다.

의거 당시 강 의사의 나이는 환갑이 넘은 64세였다. 두루마기 차림의 강 의사가 오른손에 폭탄을 들고 투척하기 직전의 모습을 형상화한 동상은 노인이었지만 조선 독립을 위해 분연히 일어섰던 그의 강직한 기개를 느낄 수 있다.

선생은 의거 당시 폭탄을 명주수건에 싸서 허리에 맨 뒤 위에 저고리와 두루마기를 입어 폭탄을 감췄다. 오후 5시 사이토 일행이 남대문역에 도착해 환영행사를 마친 뒤 관저로 떠나기 위해 마차를 탑승할 때 거사를 결행했다. 비록 총독 폭살에는 실패했지만 일본경찰 37명이 죽거나 다쳤다. 강 의사는 이듬해 11월 29일 서울 서대문형무소에서 순국했다.

강 의사의 의거는 조선 독립운동사상 처음이자 마지막인 노인에 의한 폭탄 투척이었다는 점에서 역사적으로 의미를 갖는다. 동상 좌대에는 강 의사가 서울 서대문형무소에서 순국하기 직전에 남긴 시가 새겨져 있다. “단두대 위에 서니 오히려 봄바람이 이는구나. 몸은 있으되 나라가 없으니 어찌 감상이 없겠는가”(斷頭臺上 猶在春風 有身無國 豈無感想·단두대상 유재춘풍 유신무국 개무감상)

박진우 기자 pj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