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여행을 권함/김한민 지음/276쪽·1만6000원·민음사◇지금 시작하는 여행 스케치/오은정 지음/312쪽·2만2000원·안그라픽스
셔터를 누르는 대신 그림을 그리다 보면 더 자세히 보게 되고, 놓치고 있던 것들을 발견하기도 한다. 사진기 대신 스케치북을 들고 여행을 다니면서 그럴싸한 무엇을 남기려고 하기보다는 낙서 같은 끼적임부터 시도하는 것이 좋다. 민음사·안그라픽스 제공
일상의 빠른 시간에 ‘압도’당한 사람들은 ‘어디 여행이라도 떠나야겠어’라고 중얼거리곤 한다. 하지만 여행지에서조차 일정에 쫓기며 기계적으로 카메라 셔터만 누르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평소 바쁜 일상과 큰 차이가 없게 된다. 두 책은 인증샷이 아니라 그림으로 무뎌진 감성과 감각을 깨우는 여행을 추천한다.
여행 중 에피소드를 그림으로 표현한 ‘그림 여행을 권함’의 저자는 산업디자인을 전공하고 여행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7년 동안의 국내외 여행기를 그림과 짧은 단상으로 풀어낸 ‘지금 시작하는 여행 스케치’의 저자도 미술 전공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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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여행…’의 저자는 먼저 아바타로 ‘나’를 표현하라고 권유한다. 자신의 모습과 닮을 필요는 없다. 최대한 단순하게 그릴 수 있는 게 좋다.
실제 일생 동안 한 번도 그림을 배워본 적 없이 ‘오십 평생 그림과는 담을 쌓고 살았다’는 저자의 어머니도 스케치북에 담아온 이집트 여행 기록을 책에 보탰다. 뽀글뽀글한 파마 스타일의 양과 정체를 알기 어려운 동물들도 가끔 등장한다. 하지만 여행 뒤 어머니는 서툰 솜씨의 그림을 보면서도 “이렇게 남기기를 정말 잘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지금 시작하는…’은 다양한 종이와 필기구를 활용하는 팁이 풍부하다. 하얀 도화지가 아닌 200자 원고지 위에 그림을 그리면 구도를 균형 있게 잡기 쉽고, 독특한 여백의 분위기가 연출된다. 잘 번지는 수성 펜으로 스케치를 하고 선의 경계에 채색을 하면 자연스럽게 색깔이 번진다. 질감이 거친 종이를 이용하면 특유의 무늬가 표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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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살스러운 표정, 스쳐가는 순간을 생생하게 포착하는 크로키 느낌의 그림을 시도하고 싶으면 ‘그림 여행…’을, 수채물감으로 인물보다는 풍경과 분위기를 담고 싶으면 ‘지금 시작하는…’을 권한다.
송금한 기자 emai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