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드라마 ‘해를 품은 달’로 인생이 바뀌고 그해 여름 1200만 관객을 모은 영화 ‘도둑들’에 출연하며 승승장구한 김수현이 첫 영화 주연작 ‘은밀하게 위대하게’를 내놓는다. “더 찍고 싶었다”고 아쉬워 했지만 “잘 됐으면 좋겠다”는 자신감 가득한 목소리로 스스로를 응원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bluemarine007
광고 로드중
■ 스크린 첫 주연작 ‘은밀하게 위대하게’로 연기 변신, 김수현
“고난도 액션·북한 사투리·바보 연기…
당연히 부담 컸지만 다 잘하고 싶었다
더 찍고 싶었는데 촬영 끝나니 아쉬워
기말고사에 일본 진출…바쁘다 바빠”
김수현(25)의 양 손등에는 마디마디 붉은 군살이 올라 있었다. 손등만 본다면 군대 훈련소라도 다녀온 듯한 분위기. 손에 깊게 남은 생채기는 지난 겨울 그가 영화 촬영현장에서 보낸 치열한 하루하루를 그대로 드러내 보였다.
“상처 딱지가 떨어진 지 얼마 안 됐다. 겨울에 액션 장면을 찍다보니 상처가 많이 생겼는데 보기 흉했다. 딱지 떨어진 것만도 만족한다. 하하!”
광고 로드중
“다 잘하고 싶었다. 감정? 표현? 북한 사투리? 바보 연기까지, 모두! 당연히 부담스러웠다. 그래도 누가 어떻게 해결해줄 수 없잖아. 받아들였다.”
영화는 북한에서 남파된 최정예 요원의 이야기다. 귀신같은 실력자이지만 남한에 정착하기 위해 바보 행세를 하며 사는 인물. 김수현은 노상방뇨를 일삼는 바보 연기와 민첩한 무술로 상대를 제압하는 액션을 ‘순간이동’처럼 오가며 영화를 꽉 채운다.
물론 과정은 쉽지 않았다. 특히 수준급 액션 연기를 할 때면 ‘혼’이 빠져나갔다. 촬영을 시작하기 5개월 전부터 액션 훈련을 받았지만 실전은 긴장의 연속이었다.
“한 장면이 길게 이어지는 액션이 많았는데 처음엔 정신을 놓았다.(웃음) ‘아 아프다’ ‘아 숨차다’ ‘아∼’ 그런 느낌만 들었다.”
광고 로드중
“스태프에겐 마치 쥐약 같은 말로 들리겠지만…. 난 더 찍고 싶었고, 후반작업도 더 하고 싶었다.(웃음) 그러면 영화가 더 잘 될 것 같았다.”
‘흥행 자신감’이 없는 건 아니다. 어떤 기대를 갖고 있느냐고 묻자, 돌아온 대답.
“전작만큼만!”
김수현의 앞선 출연 영화는 지난해 여름 1200만 관객을 모은 ‘도둑들’이다. 김수현은 마치 구호처럼 “잘, 됐으면, 좋겠다”고 크게 외쳤다.
광고 로드중
“일본을 잘 모르지만 분위기, 취향은 다를 것 같다. 공부 좀 해야지. 급하게 생각하진 않는다. 한국에서 좋은 작품을 더 많이 하는 게 지금은 중요하니까.”
연기 욕심도 커진다. 얼마 전 본 영화 ‘장고:분노의 추격자’를 꺼낸 김수현은 “멋있다, 재밌다, 웃기다, 이런 말로 표현할 수준을 넘어섰다”며 “장고처럼 신나는 캐릭터, 언젠간 할 수 있겠죠?”라고 되물었다.
영화 그리고 연기로 머리가 꽉 차 있을 것 같지만 뜻밖에도 김수현의 최대 관심사는 볼링이다. 서울 시내 주요 볼링장의 위치를 꿰고 있는 그는 한 번 게임을 시작하면 네 다섯 시간씩 볼링만 친다. “그렇게 쳐도 실력이 늘지 않는 게 신기할 지경”이라는 그는 양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볼링공을 수도 없이 잡아 생긴 또 다른 굳은살을 보여줬다.
환하게 웃고 있었지만 몸에 남은 흔적은 그가 ‘한 번 시작하면 끝을 보는’ 성격임을 말해주는 듯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트위터@madeinhar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