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만 합치면 16개숫자 카드번호 고스란히 노출
권고 사항과 달리 카드 번호 끝자리 숫자 4개를 가린 영수증(위)과 카드 번호 16자리가 모두 노출된 영수증(아래). 카드 번호가 모두 노출된 영수증도 유효기간은 별(*)표로 처리돼 있다.
직장인 박모 씨(31)도 얼마 전 비슷한 경험을 했다. 한 카페에서 결제를 하고 받아든 영수증에 자신의 카드 번호 16자리가 고스란히 노출돼 있었던 것. 박 씨는 “원래 영수증에 찍히는 카드 번호에 대해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막상 16자리가 다 나온 영수증을 받아 보니 찜찜하다”고 말했다.
영수증마다 카드 번호 마스킹 처리가 다른 것은 법으로 정해진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카드업계와 여신금융협회는 2008년 카드 번호 16자리 중 ‘서드 레인지(third range)’라고 불리는 9∼12번째 자리를 가리도록 자체 권고사항을 만들었다. 하지만 의무사항이 아니라서 카드 단말기 제조업체에 따라 9∼12번째 숫자 대신에 다른 숫자를 가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특히 약품으로 숫자를 지워버리는 캣단말기와 달리 숫자를 별표로 표시하는 방식인 포스단말기의 경우에는 제조업체가 자의적으로 별표의 위치를 정할 수 있다. 일부 포스단말기 제조업체는 숫자를 지우는 기능을 설정하지 않은 채 제품을 판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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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 관계자는 “200만 개가 넘는 전국 카드 가맹점의 포스단말기 설치까지 일일이 통제할 수 없고 단말기 제조사는 금융기관이 아니라 따로 관리 감독할 권한도 없다”고 설명했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도 “수백 개에 이르는 카드 단말기 제조사를 관리 감독할 기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성만 한국소비자원 금융보험팀장은 “카드 번호는 중요한 개인 금융정보에 해당한다”며 “예방 차원에서라도 하루빨리 의무적으로 표준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주애진·박희창 기자 ja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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