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주째 특근중단… 소비심리 위축
현대자동차가 일부 강경파들의 반발로 3개월째 주말특근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현대차 직원들의 소비심리 위축으로 울산 전역은 불황이 깊다. 사진은 현대자동차 윤갑한 사장 명의의 특근재개 촉구 담화문을 13일 울산공장 곳곳에 부착하고 있는 모습. 현대자동차 제공
14일 점심시간 울산 북구 진장동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명촌정문 앞. 한 식당 주인은 요즘 분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한식 전문점인 이곳의 테이블 30여 개 가운데 두 테이블에만 손님이 있었다. 문제는 밤에도 상황이 별로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 3월부터 3개월째 주말특근이 이뤄지지 않아 소비심리가 극도로 위축되고 있기 때문. 현대차에서 비롯된 불황의 그늘이 울산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10주째 특근 중단, 생산 차질
토요일의 특근 방식(종전에는 밤 시간대에만 14시간 근무)도 이에 맞게 바꾸기 위해 노사가 협상을 벌였다. 그 결과 지난달 26일 낮 시간대에 1조는 8시간, 2조는 9시간씩 근무하기로 합의했다. 주말특근도 당장 재개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울산공장 9개 사업부 노조 대표와 일부 대의원들이 “조합원의 뜻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며 반기를 들었다. 지난달 29일에는 노사의 주말특근 합의에 불만을 품은 울산1공장 대의원과 조합원들이 생산라인을 5시간이나 세워 자동차 300대를 생산하지 못했다.
3월 9일부터 이달 11일까지 10주째 주말특근을 하지 못한 것. 현대차는 차량 7만여 대를 생산하지 못해 1조4000억 원의 매출 손실을 입었다. 직원 1인당 평균 임금 손실액도 250만 원에 이른다. 주말특근은 평일에 비해 수당이 2배 이상이어서 그만큼 임금 손실도 큰 셈이다. 현대차 노조위원장(금속노조 현대차 지부장) 선거가 9월 실시되는 것도 특근을 거부하는 ‘강경파’의 목소리가 커지는 요인 가운데 하나다.
○“조속한 특근 재개를”
주말 특근 불발에 따른 소득 감소는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현대차 생산직 18년차인 김모 씨(45)는 “주말특근을 하지 못한 3월부터 중고교생인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지 못했다. 가족과 외식도 안 한다”고 말했다. 개인병원을 하는 이모 씨(53)는 “현대차 여파로 환자도 크게 줄었다”고 울상을 지었다. 이 같은 현상은 현대차 직원이 많이 거주하는 울산 북구 진장동과 양정동 농소동 등에서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
노조는 최근 열린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주말특근 문제를 올 임단협에서 협의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울산공장 완성차 공장(1∼5공장) 대표 등은 여전히 반발하고 있다. 18일의 특근 재개가 불투명한 가운데 이르면 25일부터는 주말특근이 다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