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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경기/피플&피플]국무총리 표창 받은 귤현초교 김정제 교장

입력 | 2013-05-16 03:00:00


김정제 귤현초교 교장이 스승의 날인 15일 학생들이 보낸 감사의 편지를 읽으며 흐뭇한 표정을 짓고 있다. 김영국 동아닷컴 객원기자 press82@donga.com

‘지난주 ’주관적인 태도를 버려야 한다’는 공자의 말씀을 드렸었지요. 무엇이든 함부로 추측하지 말고 자신만 중요하게 생각하는 태도를 버립시다.’

인천 귤현초등학교 김정제 교장(59)은 13일 오전 하루 일과를 시작하기 전 메신저를 통해 교사들에게 이 같은 글을 보냈다. 이어 “각자의 업무와 언행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 안정적인 교육 활동을 위해 다방면으로 고려하는 안목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2009년 9월 취임한 김 교장은 메신저를 통해 교사들과 대화를 하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교사들은 편한 시간에 교장이 보낸 메시지를 읽는다. 그는 평소 읽은 1만 권 이상의 책을 통해 얻은 지식과 교훈을 교사들에게 메신저로 전달한다. 교장 취임 4년째를 맞는 김 교장이 학부모와 제자뿐 아니라 동료 교사에게 칭송받는 이유 중 하나다.

이 학교 김종희 교사(44·교무부장)는 최근 인천서부교육지원청 홈페이지에 김 교장을 존경한다는 글을 올렸다. ‘지난해 3월부터 지금까지 김 교장 선생님과 함께 근무하고 있는 교사입니다. 교직 경력이 20년으로 나름대로는 교육 전반에 대해 웬만큼은 알고 있다고 자부했지만 교장 선생님을 만난 후 제가 교사로서 얼마나 부족한지, 자만의 늪에 빠져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는 않았는지 다시 한 번 돌아보는 계기가 됐습니다.’

김 교사는 “나 자신도 학생들에게는 스승이지만 부족한 저를 진정한 스승으로 탈바꿈할 수 있게 이끌어 주시는 분이 교장이기에 사사(師事·스승으로 섬기다)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2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이미경 교사(38)도 최근 ‘김정제 교장을 존경한다’는 글을 홈페이지에 올렸다. 이 교사는 “교장 선생님이 어느 날 고장 난 책꽂이, 청소용구함, 옷장, 서랍 등 교실에 비치된 물건을 직접 망치 등을 들고 고치는 모습을 보면서 감동받았다”며 “교장께서 불필요하고 형식적인 학교의 업무를 획기적으로 줄여줘 학생들에게 더욱 충실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교사들이 교장에게 감사의 뜻을 보내는 이유는 쓸데없는 형식적 행사나 회의를 없앴기 때문이기도 하다. 김 교장은 취임 후 교사들이 수시로 참가해야 하는 회의를 없앴다. 교사가 각종 회의를 이유로 1시간 이상씩 학생들만 교실에 있게 하지 않도록 한 것. 교사들이 학생들과 함께 있지 않으면 집단 따돌림과 학교폭력 등 불미스러운 일이 생긴다는 뜻이다. 꼭 회의가 필요한 경우 방과 후에 했다.

또 운동회 개최 한 달 전부터 사전 연습을 이유로 방과 후에 학생들을 연습시키던 관행도 없앴다. 그 대신 무용 음악 등 평소 외부강사에게서 배운 기량을 학부모 앞에서 꾸밈없이 보여주도록 했다. 학생이 부모의 손을 잡고 포크댄스를 즉석에서 가르쳐주면서 함께 어우러지는 운동회를 만들었다.

귤현초교 문재윤 군(11·5학년)은 최근 김 교장에게 “아침방송 때 항상 좋은 얘기를 해 주시고 학생들을 아낌없이 사랑해 주시는 교장 선생님께 감사한다”는 글을 학교 홈페이지에 올렸다.

김 교장은 “교장 선생님 칭찬해줘서 고마워요. 학생을 사랑하고 바르게 성장하도록 돕고 가르치는 것이 교장 선생님이 해야 할 일이고, 보람이지요”라는 답장으로 고마움을 표시했다. 김 교장은 이러한 성과를 인정받아 15일 스승의 날을 맞아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