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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세기 18세기는 백과사전 전성시대

입력 | 2013-05-08 03:00:00

디드로 탄생 300주년 韓日학술대회




“학문의 쇄신 이후 우리 사회에 퍼져나갔던 보편적인 광명은 부분적으로는 사전들 덕분임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며, 이 과학의 씨앗으로 인해 부지불식간에 인간 정신은 더 깊은 지식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게 된다.”

‘빛의 세기’라고 불린 18세기 프랑스에서 달랑베르와 함께 ‘백과전서’ 편찬을 이끈 디드로(1713∼1784)는 이 책의 취지서에서 이렇게 밝혔다. 백과전서의 편집자이자 계몽사상가, 철학가인 디드로 탄생 300주년을 맞아 18세기 유럽과 한국, 일본에서 지식을 생산하고 유통시킨 현상을 조명하는 행사가 열린다. 한국18세기학회가 일본18세기학회와 함께 11일 서울대 인문대 신양관에서 여는 춘계학술대회 ‘지식의 생산, 집적, 교류’다.

21세기가 서로 다른 분야의 지식을 창조적으로 엮는 지식 융합의 시대라면, 18세기는 그 기반이 되는 지식 집적의 시대였다.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 현상이 백과사전류의 활발한 편찬이었다. 18, 19세기 조선에서 박지원 박제가를 주축으로 하는 이용후생학파가 활발히 활동한 것은 지성사에서 주목할 만한 현상이었다. 박제가의 ‘북학의’, 서유구의 ‘임원경제지’, 정약전의 ‘자산어보’가 이때 나온 대표적 백과사전류다. 비슷한 시기 일본에서는 ‘화한삼재도회’ ‘후생신편’ 등 백과사전류가 편찬됐다.

공교롭게도 18세기에 유럽과 동아시아에서 모두 지식의 집대성이 이뤄진 까닭은 뭘까. 안대회 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한국18세기학회장)는 “상업이 발전하고 귀족의 힘이 축소되면서 과거 귀족의 전유물이던 지식을 많은 이들이 공유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났고 그것이 백과사전류의 편찬으로 표출됐다”며 “특히 기존의 인문학적 지식뿐 아니라 실용기술을 대폭 담은 것이 특징이었다”고 말했다.

학술대회에서는 한일 학자 11명이 △18, 19세기 조선의 이용후생론과 기술도서(안 교수) △19세기 조선 유서(類書) 편찬의 추이와 특징(노대환 동국대 교수) △18세기 프랑스의 지식 유통과 번역(김태훈 전남대 교수) △에도시대 일본의 백과사전 편집술(데라다 모토카즈 일본 나고야시립대 교수) 등을 발표한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