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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가 웃어야 대한민국이 행복하다]투표권 없는 어린이, 예산도 ‘찬밥’

입력 | 2013-05-03 03:00:00

아동복지 예산 GDP의 0.8%… OECD 34국중 32위 바닥권




“한국은 우수한 인재를 잘 키워낸다. 하지만 성장 과정에는 별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어린이 시절에 행복하지 못한 인재는 불완전한 성인이 될 위험성이 있다. 한국 사회가 안정적으로 성장하려면 정부가 어린이 행복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아동복지학계의 거장인 조너선 브래드쇼 영국 요크대 교수는 한국 어린이의 현실을 이렇게 진단했다. 한국 사회가 학생의 성적을 높이는 데 너무 집중한 나머지 삶 그 자체에는 무관심하다는 지적이다.

세계적인 아동지수 ‘키즈 카운트’를 최근까지 주관했던 윌리엄 오헤어 애니케이시 재단 전 연구원도 이렇게 언급했다. “한국 정도의 경제력을 갖춘 나라가 어린이행복종합지수가 개발되기 전까지 어린이의 삶을 조명할 지표가 없었다는 것 자체가 코미디다.”

○ 한국 아동예산 OECD 최하위권


세계적인 아동복지 전문가들이 한국의 실상을 잘 모르고 이런 진단을 내리지는 않았다. 아동복지에 대한 인식이 낮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관련 예산을 들여다보면 심각성을 알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국가 간 아동복지예산을 비교한 2012년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2009년 기준 한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아동복지 지출은 0.8%로 34개국 중 32위다. OECD 평균(2.3%)의 3분의 1 수준이다.

아동복지예산은 노인예산에 비해서도 턱없이 적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정윤미 연구원이 2008년부터 2년 동안 지방자치단체의 아동복지예산을 분석한 결과 노인의 20∼30% 수준으로 나타났다. 시 단위에서는 사회복지예산 중 노인예산이 10.8%, 아동예산이 3.3% 수준이었다. 군 단위에선 차이가 더 벌어졌다. 사회복지예산 중 아동예산 비율은 3.3%로 노인예산(17.8%)에 비하면 미미했다.

○ 투표권 없어 찬밥?

예산을 배정하는 정치권과 정부는 왜 아동예산 확대에 적극 나서지 않을까. 전문가들은 아동에게 표가 없어서라고 말한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하는 얘기다. 아동 문제는 노인 이슈와 달리 투표에 별 영향을 주지 못해 정치권이 미지근하게 대응한다는 지적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대부분의 부모가 만 0∼5세의 보육문제에는 민감하지만 취학 아동에 관련된 사안에 대해서는 덜 예민한 편이다”고 말했다.

아동복지예산이 보육(만 0∼5세)에 치중된 점도 고칠 필요가 있다. 2009년 기준 복지예산 중에서 아동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0.8%였다. 아동예산을 나눠서 보면 5세까지를 위한 보육예산이 0.7%, 만 6∼18세를 위한 보육 외 예산이 0.1%에 불과했다.

선진국은 보육 외 아동예산을 더 확보한다. 예를 들어 프랑스는 아동예산 중에서 보육 외 예산(1.9%)이 보육예산(1.3%)보다 많다. 영국 역시 보육 외 예산(2.8%)이 보육예산(1.1%)보다 많다.

이봉주 서울대 교수(사회복지학과)는 “박근혜정부가 내세운 ‘국민행복시대’에서 아동의 행복은 빠져 있다. 어린이는 발언할 창구가 없어서 그런지 항상 우선순위에서 밀린다”고 지적했다.

유근형·이샘물 기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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