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최현길 사커에세이] ‘서울 더비’가 보고싶은 이유

입력 | 2013-05-01 07:00:00


프로축구 행정을 오랫동안 해온 축구인 A씨는 K리그 발전이 더딘 이유를 크게 3가지로 꼽았다. 연고지 개념이 뿌리 내리지 않은 점과 여성 팬 확보에 실패한 점, 구단 행정 인력을 키우지 못한 점 등이다. 내실을 기하고 외연을 확대하기 위해선 이 3가지가 꼭 필요하다고 털어놓았다. 여기엔 마케팅 개념도 내포하고 있다. 풍부한 현장 경험에서 우러나온 진단이었다.

나는 여기에 한 가지를 덧붙이고 싶다. 국내 프로스포츠 최대 시장인 서울 연고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다. 서울은 사람과 돈이 몰린 곳이다. 가장 적극적으로 덤벼들어야할 시장이다. 하지만 프로축구 22개 팀 중(1부 리그 K리그 클래식 14팀, 2부 리그 챌린지 8팀) 서울 연고는 FC서울 단 한 팀뿐이다. 프로야구는 9개 팀 중 3팀(두산, LG, 넥센)이나 존재한다. 잠실에서는 시즌 내내 프로야구가 열린다.

최근 서울 연고의 제2구단 창단 얘기가 흘러나온다. FC서울의 라이벌이 생겨야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프로축구연맹 총재 시절인 2011년 4월 스포츠동아와 인터뷰에서 “수도권에 인구의 절반이 살고 경제력이 집중돼 있다. 서울에 구단이 2개 이상 있어야 한다. 여기서 팬을 많이 늘려야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당시 프로축구 승부조작 사건으로 유야무야됐었다. 그런데 정 회장은 이달 중순 “잠실에 프로팀이 생기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 잠실 이외에도 1∼2개 팀이 더 생겨야 한다”며 서울 연고팀 창단에 강한 의욕을 보였다. 7월 열릴 동아시아연맹선수권 때 남녀 한국-일본전 장소로 잠실종합운동장을 택한 것도 제 2구단 창단과 무관치 않다.

한 때 서울에는 3개의 프로팀이 포진했었다. 1989년 일화가 서울 연고로 창단됐고, 1990년엔 럭키금성이 충청남북도에서 서울로 연고를 옮겼다. 유공은 인천, 경기를 연고로 삼다가 1990년 서울로 이전했다. 1995년까지 3개 팀이 동대문운동장을 사용하며 서울 팬과 만났다. 1996년 초 갑자기 지형이 바뀌었다. 이들 3팀이 모두 지방으로 내려갔다. 일화는 천안으로, 유공은 부천으로, 럭키금성은 안양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명분은 지역 균형발전이었다. 당시 8개 구단 중 3개 팀이 서울에 몰려 있으니 지방이 소외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목이 좋은 서울이 하루아침에 공동화(空洞化)된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 하나는 알고 둘은 몰랐던 우매한 결정이었다. 서울에 다시 프로팀이 생긴 건 2004년이다. LG치타스가 서울로 올라오면서 기업 명을 뺀 채 FC서울로 바꿨다. 현재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사용 중인 유일무이한 팀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서울처럼 큰 시장이라면 더욱 그렇다. 서울엔 입성 권리금이라는 게 있다. 서울월드컵경기장 건설 분담금 성격인데, 액수는 75억원이다. FC서울도 이 돈을 내고 왔다. 다만 잠실 등 다른 구장을 사용할 경우에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물론 FC서울과의 형평성 등으로 무상 입성은 힘들겠지만 창단의 걸림돌로 작용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1,2부 리그 승강제가 시작된 이상 K리그 클래식 팀의 창단은 힘들다. 결국 챌린지 구단인데, 재정상태가 튼실하고 의욕적인 기업이라면 충분히 끌어들일만하다.

중요한 건 결실이다. 한 축구인은 “FC서울이 서울 연고로 옮긴 지 올해 10년째가 된다. 그동안 서울 연고 창단 관련 소문은 4∼5번이나 났다. 모두 물거품이었다. 더 이상 양치기 소년이 되어선 안 된다”고 꼬집었다.

쉬운 일은 아니다. 경기장 확보 등 하드웨어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서울시 협조가 절대적이다. 축구협회와 프로연맹은 후보 기업을 대상으로 전략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 험난하지만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으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타이밍이 중요하다. 축구 붐 조성이 이뤄졌을 때 상품성은 높아지고, 창단 작업도 가속도를 낼 수 있다. 6월 이후가 적기다. 이때쯤이면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이 종료되고 한국의 8회 연속 본선 진출이 가능한 시기다. 본격적인 논의를 해볼만한 시점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선정 세계 7대 더비인 FC서울-수원삼성전 이상 가는 서울 연고 라이벌전은 언제쯤 볼 수 있을까.

스포츠 2부 부장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