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기사나 음식배달원은 건물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다. 시킨 사람이 1층으로 내려가서 직접 받아야 한다. 폐쇄회로(CC)TV가 각 층 복도마다 설치된 것은 기본. CCTV를 포함한 보안시스템은 사설경비업체에서 관리한다. 입주자가 내는 집세와 관리비에 이 비용이 다 포함된 셈이다. 원룸 소유자는 계약할 때 ‘가족이라도 남자가 방문할 때는 미리 알리겠다’는 약속까지 받는다. A 씨는 “지난해 유독 여성 대상 강력범죄가 잦아서 불안감이 컸다. 주변보다 월세가 5만∼10만 원 비싸고 배달음식을 시킬 때마다 일일이 내려가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감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발생하는 여성 대상 강력범죄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보안시설이 강화된 주거지를 찾는 여성이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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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씨 집 바로 옆의 또 다른 신축 원룸 역시 철통같은 보안시스템을 갖췄다. 인근의 여성전용 M도시형생활주택은 여기에 더해 현관 옆에 무인택배 시스템을 설치했다. 택배기사는 물건을 보관함에 넣은 뒤 확인증을 발급받고 받는 사람은 지정된 비밀번호를 누르고 보관함에서 물건을 찾아가는 방식이다. 이곳 주민 박소망 씨(22·여·대학생)는 “부모님이 집을 얻어 주셨는데 아무래도 딸 혼자 사니까 이런 시설을 갖춘 곳을 찾으신 것 같다. (보안 기능이) 이 정도 돼야 안심하시는 눈치”라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 노고산동의 여성전용 P오피스텔에는 경비원이 24시간 상주하면서 오후 8시부터 오전 4시 사이 남성 출입을 전면 통제한다. 거주자의 가족이라도 남성이 찾아오려면 전날 미리 경비실에 알려야 한다. 이 오피스텔의 엘리베이터는 내부에 설치된 카드꽂이에 거주자용 보안카드를 꽂아야 층별 버튼을 누를 수 있게 돼 있다.
근처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이성완 씨(58·여)는 “최근 2년 사이 보안시설을 강화한 여성전용 원룸과 오피스텔이 20∼30% 늘었다”며 “새 건물에 보안 기능까지 강화하다 보니 주변 시세보다 10% 정도 비싸도 찾는 사람이 많다”고 설명했다.
성신여대 근처인 서울 성북구 동선동의 한 여성전용 원룸은 공용 출입문에 지문인식 시스템을 도입했다.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박병용 씨(38)는 “이 근처는 여대 앞이라 웬만한 원룸에 CCTV나 비밀번호 출입문은 기본적으로 갖춰져 있다. 지문인식 서비스는 아직 보편적이지는 않지만 여성 입주자들이 안전한 곳을 선호하다 보니 이런 기능도 등장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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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강력범죄에 대한 불안감이 여성의 생활방식을 변화시키는 현상이라고 분석한다. 이수정 경기대 대학원 교수(범죄심리학 전공)는 “지난해 여성 대상 강력범죄가 증가하면서 사회적 분위기가 이러한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며 “같은 생활수준의 남녀를 비교할 때 여성이 상대적으로 주거지 비용에 더 큰 금액을 지출해야 하는 상황이 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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