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즈모빌 ‘98’/ 택시 드라이버
누구나 마음 깊은 곳에 야성을 숨기고 살아갑니다. 사회에 길들여지며 어느샌가 잃어버린 야성이 갑작스레 치솟아 오르는 순간, 평범한 주위의 풍경은 빠르게 변합니다.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이 세계 영화계에 이름을 알린 1976년 작 ‘택시 드라이버’는 누구라도 갖고 있을 법한 인간의 불안정한 내재심리를 폭발적으로 터뜨립니다. 베트남전에 참전했다 돌아온 주인공 트래비스(로버트 드 니로 분)는 쳇바퀴를 도는 쥐처럼 매일 밤 ‘옐로캡’ 택시의 운전대를 잡고 차창을 통해 세상을 바라봅니다. 퀭한 눈에 비치는 뉴욕의 밤거리는 쏟아지는 빗물로도 씻어낼 수 없을 만큼 더럽고 추악한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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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형 올즈모빌 ‘98’은 트래비스의 무기력함을 보여주는 효과적인 장치입니다. 메르세데스벤츠에 이어 세계에서 2번째로 자동차의 대량생산을 시작한 이 위대한 자동차업체는 제너럴모터스(GM) 산하로 들어가며 미국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시대를 호령했지만 판매 부진을 이유로 2004년 폐기됐습니다. 만약 올즈모빌이 세상을 바꾸겠다는 결의를 갖고 야성을 일깨웠다면 결과는 어땠을까요.
이진석 기자 ge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