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정원 기조실장 논란으로 본 인사난맥
비서실장과 정무수석의 귓속말 허태열 대통령비서실장(오른쪽)이 18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열린 청와대 업무보고 도중 이정현 정무수석비서관의 귀엣말을 듣고 있다. 이날 허 실장은 “인사와 관련해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점이 인사위원장으로서 송구스럽다”고 사과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결국 이 실장도 국정원 동료들에게 양 씨 회사에 집단적으로 투자하도록 권유하고 투자금을 돌려받는 과정에서 여러 잡음이 일어난 것이 자신의 승진에 문제가 될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는 얘기다. 이번에 기조실장으로 내정된 뒤 이 실장이 청와대의 인사검증 과정에서 이 문제를 먼저 ‘자백’한 것도 나중에 인사권자에게 누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은 이번에도 별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임명을 강행했다. 본인이 아무런 경제적 이득을 보지 않았다고 해명한 데다 법적으로도 문제될 게 없다고 본 것이다. 전혀 틀린 말은 아니다. 문제는 고위 공직자의 도덕성에 대한 국민의 눈높이와의 차이다. 전직 국정원 직원이 투자금의 10배가 넘는 금액을 사실상 빼앗는 사건의 단초를 제공한 인사가 국정원의 안살림을 책임진 기조실장을 맡는 게 적절한지에 상당수 국민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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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계속 보완돼온 인사검증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는지도 의문이다. 사전검증 질의서는 공직 후보자가 직접 작성하는 것으로, 2010년 천성관 전 검찰총장 후보자 낙마 후 150개 문항으로 시작돼 김태호 전 국무총리 후보자 낙마 후 200항목으로 확대됐다. 청와대는 “임기 초 인선 대상이 워낙 많다 보니 사전검증 질의서를 받기에 시간이 부족했다”며 “지난달 말부터 검증하는 인사에게는 사전검증 질의서를 받고 있다”고 해명했다.
인재 풀이 좁다 보니 법적 문제만 없으면 일단 임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더욱이 대통령이 추천한 후보에 대해 인사검증 라인이 반대하기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 실제 박근혜 대통령이 오랫동안 공정거래위원장 적임자로 염두에 둔 한만수 전 후보자의 경우 민정수석실은 한 후보자가 종합소득세를 뒤늦게 납부한 사실을 국세청 자료를 통해 확인했지만 이를 문제 삼지 않았다.
이날 대통령비서실의 국회 운영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민주통합당 박범계 의원은 “비서실 업무 현황을 보면 어디 한 줄 공직후보자에 대한 검증이 한 글자도 없다. 이게 무슨 정부냐”고 따졌고, 새누리당 이철우 의원은 “인사에 관한 한 바른 소리 하는 분들을 청와대에 대대로 남겨두는 제도를 만들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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