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월이면 이라크로 51세 한화건설 송부영 부장 대역사 상상만 해봐도 벌써부터 가슴이 뛴다
1월 한화건설에 경력직원으로 입사해 6월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현장으로 파견될 예정인 송부영 부장(51)이 요새 가장 자주 듣는 말이다. 그는 한양건설, 삼성물산 등에서 조립식 콘크리트(PC) 공장 관리를 하며 25년 동안 건설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역전의 용사’다.
그런 그가 요즘 들어 얼굴이 좋아졌다는 소리를 듣는 건 지인들이 최근 3년간 마음고생 했던 사정을 알기 때문이다. 몸담았던 회사가 2010년 소송에 휘말리면서 형편이 어려워졌고, 송 부장을 포함한 많은 직원들이 대책 없이 회사를 떠났다.
광고 로드중
‘사오정(45세면 정년) 시대’라 또래들은 은퇴를 준비하는 시기. 송 부장이 설레는 건 다시 대기업에 취직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자신의 노하우를 십분 살릴 수 있는 직업이라 ‘나도 아직 건재하다’는 느낌이 들어서다. “이라크라 가족들은 걱정을 많이 하지만 나는 아파트 834개동을 짓는 이 대공사가 욕심이 납니다. 한국 건설의 국가대표가 된 듯한 기분이라 가슴이 떨립니다.”
올해 해외 수주 700억 달러를 목표로 뛰고 있는 한국 건설사들이 ‘올드보이’들을 재채용하고 있다. 침체된 국내시장을 피해 해외 사업을 강화하려는 건설사들에 퇴직한 베테랑 직원들은 ‘귀한 몸’이다. 현대건설은 퇴직 이후 재입사해 해외 건설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직원(임원 제외)만 96명이나 된다. 이 중 60대 이상이 40여 명. 한화건설은 해외 건설 현장에서 일할 경력사원을 100여 명이나 충원했다. 정년을 넘긴 5060 올드보이들은 ‘건설 한류(韓流)’를 꿈꾸며 고군분투 중이다.
○ 나는 ‘한국 건설 국가대표’다
■ UAE 파견 9개월 65세 현대건설 김영찬 부장 새벽 5시에 현장 도착… 젊은 직원들 입이 쩍
광고 로드중
‘노장’에게도 고비는 있었다. 외환위기로 해외 수주 물량이 급격히 줄어들던 1998년, 회사에서 퇴직 통보를 받았다. 20년 몸담은 회사에서 눈물을 머금고 물러날 위기였지만 그해 회사가 그를 전문계약직으로 재고용했다. 그가 가진 해외 경험의 노하우를 높이 산 것이다.
이미 정년을 넘긴 그의 목표는 앞으로 5년은 더 현장에 머무르는 것이다. “젊었을 때는 무슨 고생이냐며 사표 내라던 아내도 일을 그만둔 주변 가장들이 금방 늙어가는 걸 보고는 이젠 힘 다할 때까지 열심히 하라고 해요.” 욕심도 생긴다. 대형 프로젝트 수주 소식을 들을 때면 자신도 모르게 이런 생각에 빠진다. ‘이 현장 마치면 거기로 가면 되겠구나.’
○ “나이 들었다고, 위험하다고 망설이지 말자”
■ 싱가포르 공사 지휘 61세 쌍용건설 김동진 전무 허리층 얇아져 아쉬워… 더많은 도전자 나와야
광고 로드중
싱가포르 도심 지하철 921공구를 지휘하는 쌍용건설 김동진 전무(61)는 “해외 진출이 감소했던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까지 해외 전문 기술자를 길러내지 못해 한창 관리자 역할을 해야 할 허리층이 비어 있는 상황이다”라며 안타까워했다. 스스로 은퇴할 시기가 지난 ‘올드보이’라는 그는 “임금 등 해외 근무의 메리트도 많이 줄어든 상황이지만 해외 건설이 국력이라는 생각으로 젊은이들과 함께 올드보이들도 많이 도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