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도로공사 새 감독엔 서남원
신 감독은 한국 배구가 낳은 최고의 세터다. 능력은 뛰어났지만 선수로서는 운이 나빴다. 경기대 4학년 때 현대(현 현대캐피탈)와 가계약을 했지만 현대는 1987년 모기업이 노사 분규를 겪어 지원이 어려워지자 그를 포기했다. 그래서 둥지를 튼 곳이 바로 KEPCO다.
감독으로서도 순탄하지는 않았다. 2004년 2월 LG화재를 맡았지만 2006∼2007시즌이 끝난 뒤 계약 기간을 1년 남겨두고 팀을 떠나야 했다. 야인으로 지내며 박사 과정을 밟다 2009년 2월 세터 인스트럭터로 대한항공에 들어간 그는 2개월의 계약 기간이 끝난 뒤 코치가 됐고 그해 12월 팀이 부진하자 감독대행을 맡아 돌풍을 일으켰다. 정식 감독으로 맞이한 2010∼2011시즌에는 팀을 창단 이후 첫 정규리그 우승으로 이끌었다. 하지만 2년 연속 챔피언결정전에서 삼성화재의 벽을 넘지 못한 대한항공은 이번 시즌 전반기를 마친 뒤 성적 부진의 책임을 물어 그를 내보냈다. ‘비운의 감독’이 ‘만년 약체’ KEPCO를 다음 시즌에 어떻게 바꿔 놓을지 주목된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