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가수 레이디 가가에게 생고기 드레스 입혔던 佛패션브랜드 ‘뮈글레’ 포르미케티 디렉터
프랑스 패션 브랜드 ‘뮈글레’의 니콜라 포르미케티 디렉터는 “케이팝을 좋아해선지 첫 방한인데도 편안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국내 주얼리 브랜드 한 곳의 디자인도 맡게 됐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나는 뮈글레’라는 제목의 이 곡은 케이팝 역사상 처음으로 해외 유명 패션쇼의 배경 음악으로 사용됐다. 이런 ‘사건’이 일어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뮈글레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니콜라 포르미케티(36)의 케이팝에 대한 사랑이 있었다. 평소 한국 음악 애호가를 자청해 온 그는 지드래곤 측에 직접 연락해 패션쇼 음악 작곡을 의뢰했다.
지난달 28일 ‘2013 가을겨울 서울패션위크’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그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IFC서울에서 만났다. 그는 “케이팝이 전 세계 젊은이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데다 남다른 패션 감각으로도 유명한 지드래곤과 협업하면 음악과 패션의 조화를 잘 보여줄 수 있겠다 싶어 제의를 했다”고 설명했다.
레이디 가가(오른쪽)는 2010년 ‘MTV 비디오 뮤직 어워즈’에서 생고기 드레스를 입어 화제가 됐다. 동아일보DB
“가가나 저나 관습을 깨는 걸 좋아했기에 내놓은 아이디어였어요. 레드카펫에서 늘 우아한 드레스를 입으라는 법이 있나 싶었죠. 덕분에 동물보호단체로부터 엄청난 비난을 받긴 했지요.”
현재 케이팝에 비해 ‘케이패션(한국 패션)’의 세계화는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이런 지적에 대해 포르미케티 디렉터는 “한국은 정보기술(IT) 강국이라는 점 덕분에 유리한 점이 많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요즘 점점 많은 패션 브랜드가 소셜미디어나 인터넷을 활용해 홍보와 세일즈를 하죠. 한국은 이런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을 적극 살려야 할 것입니다.”
포르미케티 디렉터는 이탈리아의 항공사 ‘알리탈리아’의 조종사였던 이탈리아인 아버지와, 이 항공사의 첫 일본인 승무원이었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는 “영어 이탈리아어 일본어 등 여러 언어를 구사한다는 점이 국제무대에서 큰 도움이 됐다”며 “언어나 국제적 감각에 대한 자신감을 가져야 한국 디자이너들의 글로벌 진출이 보다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이나 미셸 오바마 여사 등 정계 인사들이 최근 각국 패션계에 적잖은 파급력을 끼치게 된 것과 관련해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
“유명 인사들이 입은 옷 한 벌, 그리고 그 옷과 관련된 말 한마디가 무척 중요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불황에 시달리는 패션 생태계를 살리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으니까요.”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