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신 서울대 산림과학부 교수
남극 세종과학기지에서 약 1.5km 떨어진 나레브스키 포인트에는 펭귄 집단 번식지인 일명 ‘펭귄마을’이 있는데, 비교적 온화한 성격의 젠투펭귄 2000여 쌍, 까다로운 성격의 턱끈펭귄 3000여 쌍이 번식하고 있다. 이 펭귄마을은 생물다양성의 가치를 인정받아 2009년 남극조약환경보호의정서에 따른 남극특별보호구역(ASPA 171)으로 승인됐다. 이는 우리나라가 관리하는 최초의 국외 자연보호구역이다.
한국 첫 국외 자연보호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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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의 육상 생태계는 풍요로운 해양 생태계에 비해 단조로우며, 대부분의 먹이를 남극해의 생산성에 의존하는 특징을 보인다. 남극의 여름인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장비를 이용해 펭귄의 먹이 활동을 추적한 결과, 이들은 섭씨 5도에 불과한 차갑고 거친 바다에서 최소 4시간, 최대 28시간씩 머물며 크릴을 주로 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체 펭귄들은 암수 교대로 30∼80km를 이동하며, 자기 몸무게의 10∼15%에 해당하는 0.6kg의 크릴을 사냥한다. 이것은 펭귄에 의해 주변 바다에서 육상 생태계로 옮겨지는 크릴의 양이 매일 3t에 이르며, 새끼 펭귄이 수영을 시작하는 부화 후 90일까지 펭귄마을에서만 대략 270t의 크릴이 소비되는 것을 의미한다. 남극해의 식물플랑크톤에 의해 형성된 에너지는 크릴을 통해 펭귄으로, 다시 펭귄을 잡아먹는 도둑갈매기로 전달되며, 이들의 배설물은 이끼류와 조류(藻類), 각종 미생물의 영양분으로 남극의 육상 생태계로 확산된다. 이처럼 크릴은 남극해의 해양 생태계와 육상 생태계의 기반을 제공하는 중요한 생물자원이다.
남극해의 보물, 인류의 미래 식량으로 간주되는 크릴은 얼음이나 유빙에 포함된 조류를 먹이로 삼는데, 남극의 기온 상승으로 인해 얼음의 양과 잔존 시간이 줄어들고 있어 많은 피해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크릴을 먹고 사는 고래류와 바다표범 등의 포획이 국제적으로 금지됨에 따라 포식자도 증가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인간에 의한 대규모 상업적 크릴 조업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것도 중요한 이유가 되고 있다.
미래자원위해 과학영토 늘려야
모든 것이 부족한 극지에서 상설 기지를 운영하는 것은 많은 비용을 필요로 하지만, 이는 우리가 당면한 전 지구적인 기후변화를 추적하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결코 외면할 수 없는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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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신 서울대 산림과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