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파리대왕’ ★★★☆
생존본능만큼 강한 인간의 권력 욕망을 그린 연극 ‘파리대왕’에서 붉은 빛 조명을 투사한커튼으로 불꽃과 공포를 동시에 형상화한 장면. 극단 하땅세 제공
무대미술가 출신 윤시중 씨가 이끄는 극단 하땅세는 이를 보다 강렬한 이분법 구도로 단순화시키면서 바다와 해변, 절벽과 숲을 넘나들어야 하는 이 작품의 공간을 참신한 무대언어로 구축했다. 그 주된 소재는 하늘하늘한 커튼이다.
무대 중앙을 둘러싸고 360도 회전하는 커튼걸이를 따라 변화무쌍하게 이동하는 커튼은 때로는 해변을 넘실거리는 수평적 파도로, 때로는 활활 불타오르는 수직적 불길로 변신한다. 또 투명한 흰색 커튼 너머에서 소년들의 상상 속에 꿈틀거리는 괴물을 형상화하는가 하면, 불투명한 검은 커튼을 통해 인간의 이성을 압도하는 불가해한 본능을 암시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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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조병 번역. 윤시중 연출. 문숙경 임세환 권제인 박영희 임세운 최병준 출연. 31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2만5000원. 02-6406-8324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