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맏형’ 내세워 연대 지속 의지… “제1야당 포기” 당내불만 고조安 “여러사람 뜻모아 새정치”… 귀국때 ‘정치공학’ 발언과 달라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회는 25일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출마한 4·24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기로 결정했다.
김동철 공천심사위원장은 브리핑에서 “야권 분열은 국민이 가장 원치 않는 상황”이라며 “집안 전체를 생각하는 ‘맏형’의 입장에서 내린 자기희생적 결단을 국민과 안 전 교수가 깊이 이해해줬으면 좋겠다”며 ‘맏형’이란 단어를 3번이나 썼다.
민주당의 무(無)공천 결정은 지난해 대선 때 문재인 전 대선후보로 후보 단일화를 이룬 안 전 교수에 대한 정치적 빚을 갚고 동시에 박근혜 정부에서도 야권연대를 이어가겠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민주당이 후보를 냈는데도 안 전 교수가 크게 승리했을 때 민주당에 닥칠 후폭풍이 적지 않고, 야권분열로 안 전 교수가 패배한다면 그 책임을 고스란히 질 수밖에 없는 딜레마에 처했다는 상황 인식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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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야권 맏형론’ ‘야권연대’를 내세우면서 2011년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도 무소속 박원순 후보에게 사실상 후보직을 양보했다. 지난해 4·11총선 때도 전남 순천-곡성 등을 무공천 지역으로 설정해 통합진보당만 좋은 일을 시켰다는 비판을 받았다. 당 관계자는 “제1야당인 민주당이 숙주(宿主·다른 생물이 기생하는 대상이 되는 생물) 정당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했다. 서울 노원병과 함께 재·보선이 치러지는 부산 영도, 충남 부여-청양은 민주당의 세가 약한 곳이어서 전패(全敗)할 수 있다는 걱정도 상당하다.
안 전 교수는 이날 언론에 보낸 ‘민주당 공천 결정에 대한 안철수 예비후보 입장’이라는 휴대전화 메시지에서 “새 정치의 길에서 여러 사람이 뜻을 모으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언급은 그가 11일 귀국 기자회견에서 후보 단일화와 관련해 “정치공학적 접근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한 것과는 어감이 사뭇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 전 교수 측 인사들은 그동안 라디오 인터뷰 등에서 “안철수 신당 역량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 “(안 전 교수는) 범야권이다” 등의 발언을 하며 야권연대의 가능성이 열려 있음을 시사했다. 민주당의 이날 무공천 결정은 이에 대한 화답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새누리당 이상일 대변인은 “대선 이후 첫 국회의원 재·보선 지역에 특정 후보자의 눈치를 보며 후보를 내지 않기로 한 것은 공당답지 못할 뿐 아니라 책임정치에도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