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명훈 사회부 기자
그러나 이는 결과가 그렇다는 말이다. 범인 검거 과정을 살펴보면 경찰은 위험천만한 상황에 빠진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범인이 윈도틴팅(선팅)이 된 차량 안에서 어디에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차량 유리를 부수는 과정이 대표적이다. 경찰은 범인이 엽총을 발사하는 상황에서 범인 차량 지붕 위에 올라가 발을 구르거나 벽돌 등으로 앞뒤 유리창을 깨려 했다. 범인은 160여 발의 탄알을 더 갖고 있었다. 한 형사는 차량의 문을 열고 테이저건(전기총)을 쏘려다 범인이 몸을 돌려 엽총으로 응사해 총에 맞을 뻔했다. 경찰 관계자는 “범인이 조준 사격을 했다면 여러 명이 무사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경관들은 방탄복도 지급받지 못한 상태에서 출동했다. 경찰 방탄복은 장비창고에 쌓여 있다. 전쟁 때나 입도록 되어 있다. 그 대신 방검복(防劍服·칼 등에 뚫리지 않도록 제조된 옷)이 지급돼 있지만 이 역시 불편하다는 이유로 잘 입지 않는다. 이번 사건을 두고 형사들은 “(인명사고가 없었던 것은) 천운(天運)”이라고 입을 모았다. 총잡이를 육탄으로 제압하는 과정에서 부상하지 않은 게 기적적인 일이라는 얘기였다.
흉기를 든 범인과 대치하는 경찰이 무너지면 그 자체로도 불행이지만 시민까지 위험에 빠질 수 있다. 일선 경관의 용기는 높이 평가하지만 그들을 대책 없이 위험천만한 상황에 내모는 현 시스템은 무모하기 이를 데 없는 후진적 경찰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천안에서
지명훈 사회부 기자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