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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광장/윤종성]우리는 벌써 천안함 교훈을 잊고 있다

입력 | 2013-03-26 03:00:00


윤종성 성신여대 교수

벌써 천안함 사건이 발생한 지 3주기를 맞았다. 천안함 폭침은 우리의 안보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건이었다. 그러나 미국이 9·11테러 이후 보여준 집요함이나 긴장감을 우리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으니 참으로 안타까울 뿐이다. 미국은 9·11테러 이후 배후인물인 오사마 빈라덴을 찾아 처단하는 끈질김을 보여줬고,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에서 테러와의 전쟁을 벌였다. 기존 22개 정부조직을 통합해 국경 경비, 재난 및 화생방 활동, 정보 분석, 이민 관리, 사이버 보안 등 대테러 기능을 책임지는 인원 17만 명, 예산규모 400억 달러 규모의 국토안전부를 설치했다. 또 미국 국민 또한 공항·항만 등에서의 엄격한 출입국 관리의 불편함을 감수하는 등 국가 안보를 위한 노력을 치열하게 보여줬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어떠한가. 당시 국가정보능력의 부재, 군 대비태세 미비, 국가 위기관리 능력 부족, 국민의 안보불감증 등 국가안보에 중대한 교훈을 남겼지만 심각한 고민이나 적합한 해결책을 마련한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한마디로 우리는 천안함의 교훈을 잊고 있는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이러한 교훈이 무엇인지를 상기하고 치밀하게 분석하여 행동으로 옮겨주기를 다음과 같이 소망한다.

첫째, 국가정보능력을 향상시켜야 한다. 천안함 사건 초기 국가정보의 수장조차 “천안함 사건을 북한이 했다고 할 만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할 정도로 대한민국의 눈과 귀는 멀거나 먹은 상태였다. 군 정보기관은 말할 것도 없었다. 그러나 국가정보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실질적인 조치를 취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이제 국가안보에 필요한 정보를 획득하기 위하여 조직을 어떻게 통폐합할 것인지, 임무는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 등에 대해 심각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국가정보원과 군의 정보본부·정보사 등 해외와 대북정보를 담당하는 기관을 대폭 확대 개편하고 기타 기능을 축소하는 방안 등 철저히 국가안보 위주로 조직과 시스템을 혁신해야 한다. 그래야만 김정일 죽음은 미국도 몰랐다는 변명이 나오지 않는다.

둘째, 북핵에 대한 확고한 군사능력을 갖춰야 한다. 우리 군은 천안함 사건 당시 서해안에서는 잠수함 운용이 제한된다는 고정관념에 빠져 대비에 소홀했다. 그러다 보니 감시태세는 물론 대잠작전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소나(음파탐지기)마저 작동되지 않는 무능함을 드러냈다. 이것이 북핵에 대해 국민이 불안해하는 또 다른 이유다. 그나마 북한 핵 위협이 임박할 경우 핵 잠수함과 B-52, B-2 폭격기를 한반도에 배치하는 등 상황별 ‘맞춤형 억제’를 구체화하기로 한미 간에 합의했다고 하니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한 국가의 안보를 다른 나라에 전적으로 의존한다는 것은 또 다른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핵 시대의 군사목표는 전쟁을 막는 것이다. 북핵문제는 한미 공동 핵 대응 시스템 마련으로 해결한다 하더라도 북한이 핵을 지렛대로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과 같은 도발에 대해서는 독자적으로 이를 억제할 수 있을 정도의 군사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이제 박근혜 정부에서도 국방비 증액을 시도하는 등 여러 가지 대책을 강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국가예산은 한정되어 있으니 예산증액도 중요하나 기존의 무기, 장비 도입과 개발에 대한 전면 재검토와 방산과 군수시스템의 과감한 혁신을 통해 우선순위를 조정하고 예산을 절약하는 방안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

셋째, 국가 위기관리 능력의 향상이다. 천안함 사건은 대한민국의 국가 위기관리 능력의 한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컨트롤타워가 없었으니 북한 소행인지, 아닌지 우왕좌왕했고 무절제한 언론보도에 대한 대응책조차 마련하지 못했다. 다행히 새 정부 들어 국가안보실이 신설됐으니 기대가 된다. 그러나 한편 과거 노무현 정부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나 이명박 정부의 국가위기관리센터, 국가위기관리실에 머물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든다. 이제 장관급의 국가안보실이 마련됐으니 역할을 대폭 확장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물론 한민족의 생존을 위하여 과연 어떠한 한반도 미래의 모습이 바람직한지, 그리고 그러한 모습에서 어떠한 외교, 안보 등의 전략을 채택해야 할지 등을 큰 그림 속에서 디테일하게 접근해야 한다.

넷째, 국민의 안보불감증을 해소해야 한다. 평화가 지속되면서 국민들은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미사일 발사, 핵실험 등이 마치 남의 나라에서 일어난 것처럼 착각할 정도로 안보불감증에 빠지지 않았는지 반성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고위공직후보자들이 줄줄이 병역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일이 없을 것이다.

우선 기본적인 역사교육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학생들이 6·25전쟁을 북침으로 알고, 언제 일어났는지도 모르게 해서는 안 된다.

‘조국을 나의 영혼보다 더 사랑했다’는 마키아벨리도 개혁의 어려운 점을 토로한 것을 보면 이런 변화의 과정이 용이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국가의 운명을 책임지고 있는 지도자들은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그래야 차디찬 바닷속에서 조국을 위해 숨진 46용사와 한주호 준위 그리고 금양호 선원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될 것이다.

윤종성 성신여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