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공공기관장 국정철학 공유해야” 발언한 날유진룡 문화 “기관장 임기 보장” 언급
2008년 3월 ‘연극 100주년 기념행사’에서 만난 당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김정헌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유 전 장관은 “전 정부가 임명한 김 위원장이 기금을 부적절하게 운용했다”며 김 위원장을 해임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법원으로부터 해임효력정지 결정을 받아낸 뒤 출근투쟁을 벌여 문화예술위에선 ‘한 지붕 두 위원장’이라는 해프닝이 발생했다. 동아일보DB
“아니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말대로 기존 기관장 임기가 보장되고 갈등이 줄 것이다.”
문화예술계가 술렁이고 있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문화예술 단체장 인사에 촉각을 세우고 있던 차에 박근혜 대통령이 11일 첫 국무회의에서 임기가 남은 공공기관장까지 교체하는 대규모 인사태풍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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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술렁이는 문화예술계… 대통령-장관 엇박자?
대통령과 장관이 서로 다른 뉘앙스의 발언을 하자 문화계는 “누구 장단에 맞춰야 하느냐”며 어수선한 모습을 보인다. “대통령과 장관의 말이 완전히 반대다. 벌써부터 정부 내 엇박자가 난 것 아니냐”는 우려와 “유 장관의 말대로 공공기관 인사태풍이 문화예술계는 비켜갈 것이다”라는 낙관이 교차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문화부 산하 기관장은 “대통령의 발언은 문화계 이외의 분야에 적용해야 할 것 같다. 문화계 인사는 유 장관의 발언대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해석했다. 유 장관이 새 정부 첫 문화부 장관이 된 주요 이유가 노무현 정부 때 문화부 차관을 지내며 청와대의 인사 청탁 압력에 맞선 아이콘이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문화부도 “엇박자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문화부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은 전문성과 청렴도에 따라 인사를 하라는 것이고 장관 역시 비슷한 생각”이라고 말했다. 유 장관도 임기 보장을 언급하면서 “문제가 있는 기관장도 있으니 엄격하게 재평가해서 책임을 지우는 과정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박 대통령은 유 장관을 임명하면서 ‘문화계가 좌우로 찢어져 있고 갈등이 크다. 더구나 문화계는 새누리당 반대편(진보) 쪽도 많다. 서로 소통하고 껴안고 가야 하니 봉합에 힘써 달라’는 취지의 당부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른 문화계 인사는 “지난 정부에선 유인촌 장관이 총대를 멨는데 이번에는 대통령이 직접 총대를 멘 것 아니냐”며 “결국 장관은 대통령 의견을 따를 수밖에 없는 만큼 지난 정부와 같은 사태가 반복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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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초기인 2008년 3월 유인촌 당시 문화부 장관은 취임하자마자 “이전 정부의 정치색을 가진 기관장은 물러나라”며 일괄 사퇴를 요구했다. 임기가 남은 기관장을 사퇴시키기 위해 대대적인 감사까지 벌였다. 노무현 정부 때도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민예총)과 문화연대 등 진보 성향의 인사가 문화예술단체를 장악해 논란이 됐다. 이런 탓에 문화예술계는 ‘사회 대통합을 내세운 박근혜 정부는 다르지 않겠느냐’는 기대를 가져왔다.
결국 새 정부의 분명한 기조는 현재 공석인 문화부 산하기관 인사에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문화부 산하 공공기관은 모두 33곳. 이 중 예술의전당,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국악방송, 한국공연예술센터,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그랜드코리아레저 등 6곳의 기관장이 공석이다.
문화부는 다음 달까지 공석을 채울 인사를 단행할 계획이다. 이는 문화예술계 갈등이 되풀이될지, 봉합될지를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문화부 관계자는 “상징적 차원에서 유 장관이 조만간 예술의전당 사장 인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문화부 산하 기관장은 “현재 공석인 예술의전당 사장 자리에 박명성 신시뮤지컬컴퍼니 대표, 이대영 중앙대 연극과 교수 등 박근혜 캠프 인물들이 거론된다.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