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훈 사회부 기자
최근 폐막한 대구국제섬유박람회(PID) 전시장에서 만난 한 섬유기업인은 불에 타지 않는 전투복 같은 첨단제품을 보여주며 이렇게 말했다. 섬유는 사양(쇠퇴)산업이 아니라 오히려 진화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이 섬유기업인의 말에는 귀 기울일 점이 많다. 섬유는 단순히 옷감 등을 만드는 산업이 아니라 여러 분야와 결합하면서 ‘첨단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자동차와 선박, 항공우주, 풍력발전 등 옛날 같으면 섬유와 전혀 관계없는 분야에 섬유 활용이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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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년 동안 지역경제를 이끌던 섬유업은 1990년대 들어 설자리를 잃어갔다. 고급화 전략은 없는 데다 중국산 물량 공세에 밀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10여 년 동안 연구개발에 힘을 쏟아 섬유업의 미래를 여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원단생산과 염색 중심에서 산업용 및 슈퍼섬유 분야로 체질을 개선하려는 노력은 지역섬유업의 핵심 경쟁력이 되고 있다.
이렇게 섬유업체들은 각고의 노력 끝에 경쟁력을 쌓고 있다. 그럼에도 대구시와 경북도의 관심은 소극적이다. 첨단업종에 대한 투자 유치에는 신경을 쓰는 반면 섬유는 뒷전으로 밀리곤 한다. 섬유는 첨단업종이 아니라는 ‘선입견’ 때문일 것이다.
대구와 경북의 1000여 개 섬유기업이 회원인 대구경북섬유산업연합회도 자체 건물이 없어 20여 년 동안 한국섬유개발연구원(대구 서구 중리동)의 사무실을 빌려 쓰고 있는 형편이다. 산업단지에 입주한 섬유 기업들은 첨단업종이 아니라는 이유로 공장 확장 등에 불편과 차별을 받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대구 서구가 올해 의욕적으로 시작한 섬유관광 프로그램도 관심 부족으로 흐지부지되고 있다. 섬유업 르네상스를 일으키려는 지역 섬유업계의 노력에 대한 대구시와 경북도의 응원이 필요하다.
장영훈 사회부 기자 j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