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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컬처 IN 메트로]개강 첫날, 첫사랑이 강림한 그곳

입력 | 2013-03-06 03:00:00

■ 경희대-서울시립대 캠퍼스




지난해 개봉한 영화 ‘건축학개론’은 96학번 대학 새내기인 승민(이제훈 분)과 서연(수지 분)의 사랑 이야기를 담아 ‘첫사랑 열풍’을 일으켰다. 이들이 다니는 대학교 이름은 영화에서 명확히 언급되지 않는다. 다만 승민과 서연이 건축학개론 수업에서 처음 만났을 때 나누는 대화를 통해 서울 신촌에 있는 학교라고 추측할 수 있다.

그러나 영화가 촬영된 학교는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의 경희대(사진)다. 남녀 주인공이 건축학개론 수업을 마치고 대화를 나누는 곳은 경희대 문과대 건물 앞이다. 서연이 하얀 치마를 입고 책을 품에 안은 채 혼자 걸어가는 곳은 경희대 노천극장 앞이다.

경희대가 첫사랑의 아련함을 담은 영화에 등장한 건 처음이 아니다. 2003년 영화 ‘클래식’에는 지혜(손예진 분)와 상민(조인성 분)이 쏟아지는 비를 피해 함께 점퍼를 쓰고 뛰어가는 유명한 장면이 있다. 이 장면에서도 경희대 중앙도서관 진입로와 도서관 입구 등 캠퍼스 곳곳이 나왔다. 같은 해 개봉한 ‘동갑내기 과외하기’, 2008년 ‘무림여대생’에도 경희대가 등장했다.

경희대 관계자는 “학교 본관, 평화의 전당 등 웅장한 고딕 양식의 건물이 있는가 하면 1950, 60년대에 지은 오래되고 낮은 건물도 섞여 있어 다양한 분위기를 살릴 수 있다”라고 말했다.

서울시립대도 영화나 드라마 촬영지로 인기다. 학교 규모는 크지 않지만 요즘 대학에서 찾아보기 힘든 빨간 벽돌 건물 3개 동이 있다. 학교를 관통하는 중앙로의 조경도 예쁜 것으로 소문났다. 서울시립대에서는 1992년 방영된 드라마 ‘내일은 사랑’을 시작으로 2009년 ‘아직도 결혼하고 싶은 여자’, 2011년 ‘마이프린세스’, 2012년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이 촬영됐다. 최근엔 ‘7급 공무원’, ‘오자룡이 간다’를 촬영하는 등 거의 매년 드라마 촬영이 진행된다.

서울시립대 관계자는 “요즘 대학들이 매년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하고 있어 우리처럼 운치 있는 건물이 있는 곳이 드물다”며 “특히 경농관, 제1공학관, 전농관 등 30년 이상 된 건물이 원형 그대로 보존돼 캠퍼스의 낭만적인 분위기를 담으려는 촬영 관계자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에서의 촬영이 쉽게 허락되는 건 아니다. 서울시립대는 촬영에 비교적 우호적이지만 면학 분위기를 해치지 않기 위해 주말에만 촬영을 허가한다. 경희대는 학교 이미지를 고려해 영상물의 내용을 검토한 뒤 허가를 내준다. 지난해에는 한 영화 제작 관계자가 경희대 본관을 북한 노동당 당사 외경으로 쓰겠다며 섭외 요청을 했지만 거절했다. 학교 이미지가 나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