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자만 노려 사고 위장… 26차례 돈 뜯은 일당 적발
“지금 내 차를 들이받고 그냥 도망간 거야? 어, 당신 술 마셨네?”
2006년 2월 19일 오전 3시 15분 김모 씨(36·여)의 승용차가 잠시 멈춰선 사이 두 남성이 김 씨의 차 앞에 차를 세우고는 이렇게 따져 물었다. 김 씨는 “내가 언제 사고를 냈냐”며 항변했지만 두 남성이 타고 있던 차량의 앞 펜더는 찌그러져 있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한 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았던 김 씨는 이런 협박에 위축돼 합의금으로 300만 원을 뜯겼다. 하지만 사고는 없었고 펜더는 원래 찌그러져 있던 것이었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이 같은 수법으로 2006년 2월부터 2011년 7월까지 26차례에 걸쳐 6550만 원가량을 뜯어낸 혐의(공동공갈)로 주범 이모 씨(40)를 구속하고 공범 최모 씨(39) 등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4일 밝혔다. 달아난 김모 씨(39)는 지명수배했다.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