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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음마’ 서민금융 성공하려면

입력 | 2013-03-04 03:00:00

금융소외자 자립 도와주는 ‘포용 금융’
지속적 관계 유지하며 지원 ‘관계 금융’




한국의 서민금융 제도는 종류는 많지만 선진국에 비해 내용이 빈약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미소금융이나 햇살론 등 소액 대출 상품이 대거 나왔지만 대개 일회성 지원에 그친다. 손상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서민금융이 제대로 자리 잡으려면 저소득층이 대출금을 종잣돈 삼아 지속가능한 소득을 창출할 수 있도록 다각도로 지원해줘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와 신제윤 금융위원장 후보자 등이 잇달아 ‘포용금융(financial inclusion)’을 강조하는 것도 이런 지적과 무관치 않다. 포용 금융은 시장에서 소외된 저소득층을 감싸 안는 금융으로 서민금융에 한해서는 기존의 대출 관행을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이런 가운데 드물지만 소액 대출로 저소득층의 자립을 도와주는 사례도 있다.

하나은행이 운영하는 하나미소금융재단을 찾아온 강모 씨(52). 강 씨는 식당을 차리겠다면서 2000만 원을 빌려 달라고 했다. 여신 담당자는 강 씨와 함께 가게 터를 둘러보러 갔다. 반나절을 관찰했지만 행인이 드물었다. 여신 담당자는 다른 곳을 물색해 추천했고, 강 씨는 이에 따랐다. 메뉴판 역시 이 담당자의 도움을 받아 산뜻한 디자인으로 만들었다. 결국 강 씨는 월소득 200만여 원을 올리는 식당의 사장님으로 변신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대출 심사부터 이후 상황에 이르기까지 금융회사가 대출자와 지속적으로 관계를 유지하면서 보살피는 ‘관계금융’의 대표적 사례로 시중은행의 대출관행과 확연하게 다르다. 시중은행에서 대출 심사는 10분 만에 끝난다. 대부분 담보 대출로 정량적인 평가 위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 원리로만 풀 수 없는 서민금융에서는 사업 의지부터 구체적인 사업 계획, 사업 아이템 등을 두루 살피면서 정성적인 평가를 위주로 하되 대출한 뒤에도 이들이 사업을 잘할 수 있게 경쟁력을 길러준다.

전문가들은 서민금융으로 대출받아 대부분 자영업에 뛰어드는 한국적인 특성상 관계금융이 더욱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국내에서 자영업의 수명은 평균 3년으로 까딱하면 가게를 차려 매출은 오르지 않고 빌린 돈도 갚지 못하는 악순환에 시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임덕남 하나미소금융재단 상임이사는 “서민금융은 대출자에게 고기를 잡아서 먹여주는 게 아니라 고기를 낚는 법을 알려주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