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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각데뷔 임현규, 번개같은 니킥쇼

입력 | 2013-03-04 03:00:00

UFC 첫무대 KO로 장식… 감량 실패 마음고생 날려
김동현은 판정승… 8승째




임현규 “이 순간을 기다렸다” UFC 데뷔전에 나선 임현규(오른쪽)가 3일 웰터급 경기에서 마르셀로 구이마라에스(브라질)를 상대로 2라운드 4분 만에 강력한 왼발 니킥으로 KO승을 거둔 뒤 두 팔을 번쩍 든 채 환호하고 있다. UFC 제공

임현규(28·코리안탑팀)가 체중 감량 실패로 겪은 마음고생을 니킥(무릎차기) 한 방으로 시원하게 날렸다. 임현규는 3일 일본 사이타마 슈퍼아레나에서 열린 종합격투기 UFC 웰터급(77kg) 경기에서 마르셀로 구이마라에스(30·브라질)를 2라운드 4분 만에 니킥으로 옥타곤 바닥에 눕히면서 데뷔전을 화끈한 KO 승으로 장식했다. 임현규는 “오랫동안 기다리고 간절히 원했던 순간”이라고 승리 소감을 밝혔다.

임현규는 넉 달 전에 UFC에 데뷔할 기회가 있었다. 그는 지난해 11월 10일 마카오 대회에 출전하기로 돼 있었다. 하지만 경기를 이틀 앞두고 막바지 체중 감량을 하다 쓰러졌고 데뷔전은 무산됐다. 그 뒤로 마음고생이 심했다. 철저하게 체중 관리를 해야 하는 격투기 선수가 감량에 실패했다는 건 스스로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속된 말로 ‘쪽팔려서’ 한동안 사람들도 못 만났다. 임현규는 이날 승리한 뒤 “너무 좋다. 아무 생각이 안 나고 머릿속이 정리가 안 되지만 이제 좀 살 것 같다”고 말했다.

강한 인상을 남긴 임현규의 니킥은 말 그대로 번갯불이 번쩍하는 ‘전광석화’ 같았다. 잽을 던지면서 다가서던 상대 얼굴에 묵직한 왼발 카운트 니킥을 적중시켰다. 니킥으로 상대를 쓰러뜨린 임현규는 안면에 두 차례의 강펀치를 얹어 경기를 끝냈다. 임현규는 “1라운드에서 내가 좀 밀린 것 같았다. 하지만 상대가 잽을 던질 때 고개를 오른쪽으로 젖히는 습관이 있다는 걸 1라운드 때 간파했다. 그래서 왼발 카운트 니킥을 노리고 2라운드에 들어갔는데 제대로 들어맞았다”고 KO 상황을 설명했다. 임현규는 승리를 결정지은 뒤 캔버스에 뒤로 벌러덩 드러눕는 세리머니로 UFC 첫 승을 자축했다.

이날 임현규는 8각의 링 옥타곤을 향해 걸어나오면서 배경음악으로 한국 가요 ‘풍문으로 들었소’를 틀어 경기장을 찾은 한국 팬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장기하와 얼굴들’이 부른 이 노래는 지난해 개봉한 영화 ‘범죄와의 전쟁’에 삽입된 곡으로 조직폭력배의 젊은 보스 최형배(하정우)가 조직원들을 이끌고 상대 조직을 치러가는 장면에서 흘러나온다. 임현규는 상대를 제압하고 데뷔전 승리를 챙기기 위해 일본으로 건너온 상황이 영화에 나오는 분위기와 어울리는 것 같아 이 노래를 골랐다고 했다.

“넌 내게 갇혔어” 김동현의 불꽃 파운딩 UFC 파이터 김동현(위)이 3일 일본 사이타마 슈퍼아레나에서 열린 종합격투기 UFC 웰터급(77kg) 경기에서 시야르 바하두르자다(아프가니스탄)를 향해 강력한 파운딩 공격을 펼치고 있다. 상대를 일방적으로 몰아붙인 김동현은 심판 전원일치의 3-0 판정승을 거두며 2연승 및 8승(2패)째를 올렸다. UFC 제공

한국인 1호 UFC 파이터 김동현(32·부산팀매드)은 웰터급 경기에서 시야르 바하두르자다(29·아프가니스탄)를 일방적으로 몰아붙인 끝에 심판 전원일치의 3-0 판정승을 거뒀다. UFC에서 8승(2패)째를 올린 김동현은 2연승한 것을 기뻐하면서도 “또 판정까지 왔다”며 KO로 이기지 못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김동현은 2008년 5월 UFC 데뷔전에서 KO로 이긴 뒤로 KO승을 거두지 못했다.

임현규와 함께 UFC 데뷔전에 나선 밴텀급(61kg)의 강경호(26·부산팀매드)는 알렉스 카세레스(25·미국)에게 1-2 판정으로 져 첫 승의 기회를 다음으로 미뤘다.

사이타마=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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