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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ML ‘괴물’ 신인왕 트라웃 “WS 우승시 한국팬들 위해…”

입력 | 2013-03-02 06:42:01

마이크 트라웃(22·LA 에인절스). 동아닷컴


[동아닷컴]

‘약관(弱冠)’은 스무 살을 달리 이르는 말로 젊은 나이를 의미한다. 하지만 이 나이에도 세계 최고의 야구 선수들이 모인 메이저리그에서 이미 스타가 된 선수가 있다. 바로 LA 에인절스의 중견수 마이크 트라웃(22)이다.  

트라웃은 지난해 타율 0.326(리그 2위) 30홈런(공동 13위) 83타점(공동 23위) 49도루(1위) 129득점(1위)이란 눈부신 활약을 펼치며 아메리칸리그 신인왕을 차지했다. 올스타에 뽑힌 것은 물론 호타준족의 상징인 30(홈런)-30(도루)도 달성해 최고의 거포에게 주는 실버슬러거 상도 수상했다.

지난해 팀 성적(서부지구 3위)은 좋지 않았지만 에인절스 팬들은 트라웃을 보기 위해 꾸준히 경기장을 찾았을 만큼 그의 인기는 말 그대로 하늘을 찔렀다. 트라웃은 또 시즌 최우수선수(MVP) 투표에서도 2위에 뽑힐 만큼 메이저리그 풀타임 첫 해에 많은 것을 이뤄냈다. 특히 지난해 메이저리거 평균 나이가 28.8세 였던 점을 감안하면 트라웃의 활약이 더욱 돋보인다.

미국 뉴저지 출신의 트라웃은 고등학교 시절 투수와 유격수로 활약하다 3학년 때 외야수로 전향했다. 그 해 21경기에서 기록한 홈런 18개는 뉴저지 주 역사상 고등부 한 시즌 최다 홈런으로 기록됐을 정도.  

이처럼 일찍이 두각을 나타낸 트라웃은 지난 2009년 메이저리그 신인지명에서 전체 25번으로 에인절스에 지명돼 프로 유니폼을 입었다. 2009년과 2010년은 주로 싱글 A에서 뛴 그는 2011년 더블 A에서 시즌을 시작했다. 그리고 같은 해 7월 9일 빅리그로 콜업됐다. 하지만 빅리그 생활은 짧았다. 그 해 총 12경기에 출전해 타율 0.163 1홈런 6득점이 전부였다.

2012년 트리플 A에서 시즌을 맞이한 트라웃은 연일 맹타를 휘두르며 타율이 0.403까지 치솟았다. 그리고 곧 기회가 찾아왔다. 에인절스 구단은 당시 성적이 부진했던 바비 어브레이유의 자리를 메우기 위해 시즌 개막 한 달만인 4월 28일 트라웃을 메이저리그로 콜업했다. 

트라웃은 다시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연일 공수주에서 맹활약하며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일반적으로 거포들의 발이 느린 것과 달리 트라웃은 지난해 총 54번의 도루를 시도해 49개를 성공했을 정도로 스피드와 센스도 뛰어나다. 트라웃은 또 메이저리그 역사상 단일 시즌 30(홈런)-45(도루)-125(득점) 이상을 기록한 최초의 선수라는 영예도 안았다.

‘괴물 타자’ 트라웃은 오는 2일(한국시간) ‘코리안 몬스터’를 만날 수도 있다. 바로 이날 시범경기 첫 선발 등판이 예정된 류현진(26·LA 다저스)의 맞상대 팀이 다름아닌 트라웃이 속한 에인절스이기 때문. 한미 양국을 대표하는 신인왕 투타대결에 많은 야구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동아닷컴은 국내 언론 최초로 지난 주말 트라웃을 미국 현지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야구 실력은 이미 메이저리그 최정상급이지만 그 또한 20대 초반의 젊은이였다. 트라웃은 한글로 쓰여진 기자의 인터뷰 질문지를 보고는 신기하다는 듯 이를 팀 동료들에게 보여주며 “읽을 줄 아느냐”고 장난을 치는 등 잘 웃고 장난기 많은 유쾌한 청년이었다. 

마이크 트라웃(22·LA 에인절스). 동아닷컴

다음은 트라웃과의 일문일답.

-스프링캠프가 진행 중이다. 현재 몸 상태는 어떤가?

“매우 좋다. 아픈데도 없고 컨디션도 좋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스프링캠프에 입소할 때 체중이 지난해에 비해 약 5~7kg 정도 늘었다고 들었다. 

“잘못된 정보다. 7kg 까지는 아니고 약 4kg 정도 늘었다.”

-체중을 늘린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

“없다. 그리고 벌써 2kg 정도 감량해서 현재 체중은 108kg 정도다. 스프링캠프가 끝날 때쯤 다시 예전 체중(105kg)으로 돌아갈 것 같다. 나도 그 기사를 봤지만 그건 다 이야기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쓴 기사로 전혀 신빙성 없는 이야기이다.”  

-스무 살이란 비교적 어린 나이로에지난 한 해 활약이 대단했다. 비결이 있다면?

“굳이 비결을 꼽자면 늘 긍정적으로 사는 것이다. 우리 삶에는 성공보다 실패하는 경우가 더 많다. 비록 많은 실패를 경험하더라도 부정적인 생각은 이내 지워버리고 늘 긍정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삶을 개척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이에 비해 생각이 깊다. 특별히 누구의 영향을 받은 건가?     

“살다보면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상처도 받고 긍정적인 영향도 받는 것 아니겠는가? 나 같은 경우는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아버지 또한 한 때 프로야구 선수였다. 부상 때문에 마이너리그에서 4시즌만 뛰고 은퇴했지만 신체조건이나 운동신경 그리고 삶의 철학 등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무형의 재산이 너무 많다. 늘 감사하게 생각한다.” 

-야구는 맨 처음 언제 시작했나?

“세 살 때였던 것 같다. 물론 정식야구는 아니고 집 앞 마당에서 아버지와 함께 야구공을 던지고 받았던 게 말이다. 아버지가 마이너리그에서 은퇴한 뒤 고등학교 역사 선생님이 되셨는데 당시 학교 야구부와 미식축구 팀의 코치도 겸하셨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아버지를 따라 다니며 야구를 접하고 배울 수 있었다. 아버지의 가르침과 배려로 지금의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

-아버지가 당신의 첫 야구스승인 셈인데 지금도 자주 야구 얘기를 나누는가?

“그렇다. 아버지와는 틈날 때 마다 야구 얘기를 한다. 지금도 아버지에게 배울 것이 많다.” 

-어렸을 때 좋아했던 팀과 당신의 롤모델은 누구였나?

“필라델피아 필리스를 무척 좋아하며 성장했다. 어릴 적 롤모델은 데릭 지터(뉴욕 양키스)였다.”

-당신은 거포이면서 발이 빠르다. 비결이 있다면?

“(웃으며) 아버지께서 그러시는데 나는 태어날 때부터 빨랐다고 한다. 어머니가 나를 출산하기 위해 병원에 도착하신 시간이 새벽 4시였는데 불과 3시간 만에 내가 태어났다고 한다.(웃음) 물론 후천적으로 노력한 부분도 있겠지만 선천적으로 부모님에게 좋은 신체를 물려받은 게 비결인 것 같다.”  

-고등학교 시절 전미우등생으로 뽑힐 만큼 공부도 잘했다고 들었다. 혹시 야구를 하지 않았다면?

“그렇다면 지금쯤 아버지처럼 선생님이 되어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을 것이다.”

마이크 트라웃(22·LA 에인절스). 동아닷컴

-야구를 시작하고 가장 행복했던 때를 꼽자면?

“프로에 지명되었을 때다. 사람들은 신인왕을 받았을 때라고 생각하는데 프로에 지명되지 않았다면 그 후의 일들은 모두 일어날 수 없었기에 나는 프로에 지명되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고 소중하다.”

-빅리그에서 많은 투수들을 상대해 봤다. 가장 까다로운 투수는 누구인가?

“템파베이 레이스의 좌완 데이빗 프라이스이다. 정말 상대하기 까다로운 투수다.”

-당신의 형도 야구선수라고 들었다.

“아니다. 어렸을 때 잠깐 야구를 하긴 했지만 이내 골프로 전향했고 지금은 로스쿨에 다니고 있다. 머지 않아 변호사가 될 것 같은데 형은 정말 4차원이다. 하하.” 

-어떤 점에서 4차원인가?

“형은 남들이 싫어하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 태풍을 좋아한다. 그래서 태풍이 몰려오면 20마일(약 32km) 정도의 거리까지 그 태풍을 보기 위해 찾아갈 정도다. 남들은 태풍이 오면 살자고 도망가는 데 말이다. 하하.”

-올 시즌 목표는 무엇인가?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는?

“전혀 없다. 늘 그랬던 것처럼 부상 없이 즐겁게 야구를 하고 싶다.”

-이제 겨우 20대 초반이다. 메이저리그에서 이루고 싶은 장기적인 목표가 있다면?

“팀의 월드시리즈 우승이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꼭 이루고 싶다.”

-많은 팬들이 올시즌 당신의 40(홈런)-40(도루)을 기대한다. 혹시 부담되지 않는가?

“(고개를 저으며) 전혀 부담되지 않는다. 팀을 위해 부상 없이 전 경기에 출장하는 게 최우선이다. 그런 가운데 40-40을 달성하면 좋은 것이고 설령 그렇지 못해도 상관없다. 부담 없이 늘 즐기면서 야구를 하고 싶다.”

-당신 이름을 빗댄 ‘MT 해머(hammer)’나 ‘프린스 피쉬(prince fish)’ 등 인기가 많아 별명도 많다.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역시 이름을 빗대 만든 ‘트라우티(trouty)’라는 별명이 가장 마음에 든다.”

이때 에인절스 구단 홍보팀 관계자가 트라웃에게 용건이 있어 양해를 구한 뒤 트라웃과 함께 인터뷰장을 빠져 나갔다. 그 사이 기자는 평소 친분이 두터운 알프레도 그리핀 에인절스 주루코치와 만나 대화를 나눴다. 

그리핀 코치는 “트라웃은 100년에 한 번 나올 만한 대단한 선수”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지난 겨울 조시 해밀턴을 영입하며 올 시즌 트라웃-마크 트럼보-앨버트 푸홀스-해밀턴으로 이어지는 막강 타선을 이뤘다. 올해는 반드시 우승해야 한다”며 전의를 불태웠다. 

트라웃은 얼마 지나지 않아 돌아왔고 잠시 중단됐던 인터뷰는 다시 이어졌다.

마이크 트라웃(22·LA 에인절스). 동아닷컴

-혹시 징크스가 있나?

“없는 편이다. 있다면 시합 전에 음악을 듣는 것 정도?”       

-그렇다면 주로 듣는 음악은 어떤 종류인가?

“(웃으며) 잡식성이다. 특별히 종류를 가리지 않고 이것 저것 다 듣는다.”

-긴 야구시즌을 치르다 보면 스트레스도 많을 것 같다. 스트레스 해소는 어떻게 하나?

“일단 시즌이 시작되면 가급적 생각을 많이 안 한다. 단순하게 생각하면서 야구를 즐기는 편이다. 그래서 크게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혹 스트레스가 생기면 연습이나 경기에 더 집중한다. 그러면 스트레스도 없어진다.”  

-당신처럼 훌륭한 야구선수를 꿈꾸는 어린 선수들에게 조언을 하자면?

“아버지는 나에게 ‘야구는 절대 단거리 달리기가 아니다. 마라톤처럼 멀리 보고 스스로 자신을 관리할 줄 알아야 성공한다’고 가르쳐 주셨다. 아울러 ‘빅리그에서 뛰려면 자신에 대한 믿음 즉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나도 그들에게 같은 이야기를 해 주고 싶다.”   

-트라웃 당신에게 ‘야구’란?

“나에게 야구란 이 세상이자 내 삶의 전부라고 말할 수 있다. 어렸을 때부터 야구를 시작했고 프로선수가 되는 게 꿈이었다. 그리고 그 꿈은 지금 현실이 되었다.”

-한국에 있는 당신 팬들을 위해 한 마디 해달라. 

“멀리 한국에서도 나를 응원해 준다니 고맙다. 미국 뿐만 아니라 각국에 팬들이 있다는 것은 정말 기분 좋고 감사한 일이다. 멀리 한국에서도 계속 응원해 달라. 한국 팬들을 위해서라도 야구장에서 멋진 플레이로 그들 성원에 보답할 수 있도록 늘 최선을 다하겠다. 언제라고 단정할 순 없지만 기회가 된다면 한국 팬들을 만나기 위해 한국에도 가보고 싶다.”      

-한국 팬들을 향한 당신의 마음에서 진정성이 느껴진다. 혹 에인절스가 우승하면 한국 팬들을 위해 말 춤 세리머니를 해줄 수 있나? 

“하하. 쉬운 일은 아니지만 우리 팀이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하면 한국 팬들을 위해 말춤을 추겠다.”

로스앤젤레스=이상희 동아닷컴 객원기자 sanglee@indian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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