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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화의 성교육]15세면 콘돔 자동선물…10대 임신율이 ‘헉’

입력 | 2013-02-28 03:00:00


김영화 강동소아정신과의원 원장

“선생님, 섹스가 뭐예요?”, “선생님, A 양(유명 여자연예인) 동영상 봤어요?”

초등학교 2학년 교실에서 아이들이 한 질문이다. 선생님이 당황해서 차마 대답을 못하고 있는 사이에 “너는 그것도 몰라? 남자랑 여자가 그거 하는 거야”, “인터넷 찾아봐. 거기 다 나와”라고 아이들이 대신 대답한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에 떠도는 음란물들이 어린이들의 성교과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초등학교 교사들에 의하면 야동(야한 동영상), 야설(야한 소설), 야매(야동 마니아), 킬야동(야동 킬러)이란 말을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도 거리낌 없이 친구들과 주고받는다고 한다. 성적 호기심이 왕성한 10대들도 인터넷을 통해 성지식을 습득하고 있다. 성적 궁금증이 생기면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글을 올려 보지만 부적절한 정보로 가득한 댓글을 통해 왜곡된 성의식만 키우고 있다.

이렇게 생긴 잘못된 성지식으로 청소년들은 10대 임신, 성병 감염, 그리고 성에 대한 폭력적인 태도를 키우고 있다. 체계적인 성교육 부재로 아이들이 방치되고 있다.

그러면 어린이와 10대의 성교육은 어떻게 시켜야 하나. 성교육 분야에서 세계 최고란 평가를 받는 북유럽의 이른바 ‘스칸디 대디’ 스타일의 성교육을 참고해보는 것은 어떨까.

‘타이거 맘은 잊어라. 스칸디 대디(북유럽 아빠)가 대세다.’

이는 2011년 3월 더타임스지가 북유럽의 성공적인 자녀교육비법을 소개한 글이다. 동양식으로 엄격하게 공부만 시키는 엄마(타이거 맘)보다 아이들과 함께 최대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자상한 아빠 중심의 스칸디나비아식 교육법이 유럽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이다.

스칸디 대디는 ‘성에 대해 개방적인 태도를 가져라’고 가르친다. 스칸디 대디는 아이들에게 성교육 책을 매일 한 장씩 읽어주는 자상한 아빠다. 북유럽 국가는 6, 7세가 되면 성교육을 시작하고 15세가 되면 피임교육을 의무적으로 한다. 핀란드에서 15세가 되면 콘돔이 들어있는 ‘성교육용 선물꾸러미’를 자동으로 받는다. 그 결과 10대 임신율은 세계 최저다.

핀란드는 1970년부터 성교육을 필수교과로 채택했다. 우리나라는 2008년부터 중고생에게 연간 10시간의 성교육을 실시하도록 했으나 입시교육 때문에 한참 밀려나 있다. 성교육시간이 연간 평균 5.3시간에 불과한 한국에 비해 핀란드는 연간 40∼50시간에 이른다. 특히 성적 호기심이 폭발적으로 일어나는 초중등학교 7∼9학년(한국의 중학과정) 학생들에게 성교육을 집중적으로 한다.

내용에서도 많은 차이를 보인다. 중요한 차이 중 하나는 섹스에 관한 과학적 사실을 상세하고 적나라하게 가르친다는 것이다. 정확한 사실을 토대로 아이들 스스로 책임지고 결정하도록 돕는 것이 성교육의 목표다. 우리나라는 전 학년 학생들이 강당에 모여 남녀 생식기 구조나 임신 출산에 대한 생물학적 설명을 지루하게 듣고 있다.

반면 핀란드 성교육은 실제적이다. ‘자위는 몸에 해로운가’ ‘피임을 위해 항상 콘돔을 가지고 다녀야 하나’ 등 아이들이 궁금해하는 것을 가르친다. 중요한 교육내용으로 ‘성은 즐겁고 자연스러우며 상대를 배려하는 책임 있는 행동이 되어야 한다’를 강조하고 반복 교육시킨다.

관계를 중시하는 성생활교육을 통해 성폭행이나 성추행을 예방하는 것도 성교육의 주요목표 중 하나다. 성교육방식에서도 차이가 난다. 핀란드 성교육은 주입식이 아니라 토론식이다. 가령 사랑이란 말에 연상되는 단어를 각자 써내고 토론하는 식이다. 성교육 비디오를 시청하거나 역할극을 통해 상대를 이해하도록 돕는다.

성교육은 생활문화교육이다. 성 평등이 실현되고 있고 개방적인 성문화를 가지고 있는 북유럽문화는 우리와 많이 다르다. 그리고 북유럽식 성교육을 그대로 벤치마킹 한다고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아이들의 성문화는 하루가 다르게 빨라지고 있는데 가정과 학교에서의 성교육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학교에서의 성교육시간도 절대 부족하다. 청소년들이 바른 성지식을 배울 권리를 인정하고 ‘열린 성교육’을 가정과 학교에서 실시해야 할 때다.

김영화 강동소아정신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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