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본부 공중보건의 30명중 21명 4월 전역… 정부는 신규배치 난색
인천소방안전본부 상황실에서 근무 중인 윤중 공중보건의(35)가 119로 접수된 긴급전화를 받고 응급조치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제주권역까지 담당하고 있는 인천소방본부에는 하루 평균 20∼30건의 긴급전화가 걸려온다. 인천소방안전본부 제공
16일 오후 6시경 인천 계양구 효성동의 A노인요양원 직원의 다급한 전화가 인천소방안전본부 상황실 공중보건의사에게 연결됐다. 요양원 직원의 목소리는 계속 떨리고 있었다. 근무 중이던 공중보건의 윤중 씨(34)는 직원을 진정시키면서 음식물이 기도에 걸려 호흡을 못할 때 긴급 조치 방법인 ‘하임리히법’을 침착하게 알려주며 실행하도록 했다. 직원이 공중보건의의 지도에 따라 하임리히법을 실행하자 기적처럼 목에 걸려 있던 떡이 빠졌다. 구급대가 현장에 도착하기 전 응급조치가 잘 이뤄져 소중한 생명을 살릴 수 있었던 것. 이날 인천소방안전본부에선 사탕이 목에 걸려 호흡을 못하는 미취학 아동을 비슷한 방법으로 구했다. 인천소방본부의 경우 공중보건의들이 지난해 7월부터 12월 말까지 질병 상담 1264건, 응급처치 지도 1200건의 실적을 올렸다.
하지만 전국 소방본부에서 초기 응급조치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공중보건의의 응급의료서비스를 4월부터 받지 못할 것 같다.
현재 시도 소방본부에는 30명의 공중보건의가 근무하고 있다. 지역별로는 서울 2명, 부산 3명, 대구 인천 경기 경북 경남 각각 2명, 광주 4명, 대전 3명, 울산 1명, 강원 6명, 충남 1명이다.
이 가운데 21명의 공중보건의가 4월에 한꺼번에 전역(소집해제)한다. 특히 부산(3명)과 인천(2명), 경북(2명)의 경우 4월 18일 7명이 모두 전역해 한 명도 남지 않는다. 산골 오지가 많아 응급의료체계가 절실한 강원도 6명의 공중보건의 가운데 4명이 4월 18일과 22일 전역한다. 이처럼 초기 응급의료서비스의 차질이 우려되자 전국의 소방본부는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강원소방본부는 대체 인력을 구하지 못해 결국 대구에 상주하는 의사가 원격으로 응급조치 방법을 알려주는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이기중 강원도소방본부 상황총괄담당은 “상황실 공중보건의가 전문 응급 의료 방법을 알려주는 등 큰 역할을 해 왔는데 4명이나 빠져 응급의료조치의 질 저하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태는 지난해 6월 복지부의 응급의료정보센터 1339 업무가 소방본부의 119로 흡수된 여파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응급의료정보센터에 속했던 공중보건의가 소방본부에 속하게 되자 복지부가 더이상 배정을 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부처 이기주의의 발로라는 것이다.
복지부는 시도 소방본부의 반발이 거세지자 일단 한발 물러나는 모습이다. 복지부 건강정책과 관계자는 “조만간 병무청으로부터 공중보건의를 몇 명 배정받느냐에 따라 소방본부 배치 여부가 결정된다”며 “지금은 확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